KRX 자동차, 1~9일 4.45%↓…증시 상승에도 나홀로 약세
원·달러 환율 1300원대 급락…파업·판매 부진까지 실적 부담
신차·美 점유율·로봇은 반등 카드…증권가 "악재 소화 과정"
코스피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동차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빠르게 내려오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우려가 커진 데다 대미 자동차 관세와 생산 차질까지 겹친 영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파업 종료에 따른 생산 정상화와 신차 출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바탕으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자동차' 지수는 최근 1주일(1~9일) 동안 4.45% 하락했다. 이는 거래소가 산출하는 40개 산업지수 중 하위 5위 수준이며 'KRX 300 지수'가 3.77%, 'KRX TMI'가 3.56%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를 등에 업은 'KRX 반도체' 지수가 8.30% 급등하는 동안 자동차주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 20개 가운데, 14개가 하락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 기간 각각 3.84%, 3.21% 하락했고 현대모비스는 7.94% 급락했다. 이밖에 ▲넥센타이어(-11.21%) ▲DN오토모티브(-6.14%) ▲세방전지(-5.57%)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5.26%) ▲현대위아(-4.83%) ▲HL만도(-4.05%) 등 부품·타이어주도 줄줄이 약세를 나타냈다.
자동차주 약세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자동차TOP3플러스'는 5.09%, SOL 자동차소부장Fn은 4.73%, 삼성자산운용 'KODEX 자동차'는 4.39%씩 각각 하락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 'KIWOOM 현대차그룹TOP3채권혼합50(-2.18%)'과 하나자산운용 '1Q 현대차기아채권혼합50(-2.11%)'까지 포함하면 주요 자동차 관련 ETF 5종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가파른 원화 강세가 꼽힌다. 원·달러 환율 매매기준율은 지난달 7일 1412.5원에서 이달 9일 1336.1원으로 한 달여 만에 76.4원(5.41%) 하락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율 하락이 매출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4분기 실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7월 1490원, 8월 1404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9월 평균 1350원을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3분기 평균 환율은 1415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환율 상승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3조7000억원,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누린 만큼 환율 방향이 바뀌면서 이익 전망치도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물량의 수익성 하락은 3분기가 아닌 4분기에 완전히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과 원자재 비용 상승은 자동차 업종 주가의 하락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뿐 아니라 현대차의 생산 차질과 판매 부진도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대차의 8월 글로벌 도매판매는 28만8000여대로 전년 동월보다 14.2% 감소했다. 반면 기아는 26만7000여대로 5%대 증가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가 7~8월 파업으로 총 120시간의 생산 중단을 겪은 것이 판매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8월 내수와 수출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1.1%, 51.1% 감소했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이브리드차(HEV) 판매까지 줄었다. 현대차의 지난달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7.1% 감소했고 HEV 판매도 7.5% 줄었다. 반면 기아의 HEV와 전기차(BEV) 판매는 각각 46.1%, 60.1% 증가했다. 이에 같은 자동차 업종 안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차별화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영증권은 현대차가 미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과 파업 영향이 겹치며 2017년 이후 가장 부진한 8월 글로벌 도매판매 실적을 기록한 반면 기아는 유럽과 북미에서 EV·HEV 라인업을 강화하며 역대 최대 8월 도매판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환율 하락과 제네시스 판매 부진까지 고려하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눈높이가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미 자동차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부담이다.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갈등 과정에서 국내 자동차 업종이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반으로 보면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이 업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주가 조정에도 중장기 반등 동력까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합산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12.9%로 전년 동월보다 0.7%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포드를 제치고 GM과 도요타에 이어 월간 기준 3위까지 올라섰다. 전체 글로벌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9월부터 생산 정상화와 신차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는 아반떼·투싼 신차와 유럽 아이오닉3 생산을 통해 부진했던 지역의 판매 회복을 노리고 있으며 기아는 텔루라이드와 스포티지 HEV의 북미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고수익 차종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개선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4분기에는 부정적인 환율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피지컬 AI 사업도 주가 반등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물량 계절성과 현대차 파업, 환율 하락, 파워트레인 믹스 등 실적 관련 악재가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미국 로보틱스 투자 전략 구체화와 실적 저점 확인이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변수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모멘텀이 발현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자동차 업종의 다운사이드 리스크보다는 업사이드 리스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