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졸업·전북대 교수 한 회장, 4일 매일신문 인터뷰
"대형 국책사업에 구두발표·질의응답도 없어… 지역 안배 의구심"
"지원 늦어지면 거점대 간 새로운 서열화"
"국내 대학끼리 경쟁할 때 아냐…협력해야"
정부의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에서 부산대·전남대·충남대만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데 대해 전국 국·공립대 교수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선정 6개 거점국립대에 대한 지원이 늦어질수록 대학 간 새로운 서열과 격차가 고착될 수 있는 만큼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신속히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상욱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상임회장은 4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3개 대학을 선정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 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우려했다"며 "3개 대학만으로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인재 양성을 감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경북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워싱턴대 시애틀 물리학과와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등에서 연구활동을 했으며, 2003년부터 전북대 과학교육학부 물리교육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전국 국·공립대 교수사회를 대표하는 국교련 상임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한 회장은 올해 선정된 대학과 미선정 대학 간 지원 시차가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원이 늦어질수록 교육·연구 여건의 차이가 벌어져 거점국립대 사이에 또 다른 서열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한두 곳만 발전시키고 나머지는 뒤에 따라오라고 하면 새로운 서열화가 되고 지역 간 격차도 생길 수밖에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대학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업의 선정 절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수백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임에도 대학별 구두 발표나 질의응답 없이 제출된 계획서를 중심으로 3곳을 선정한 것은 일반적인 대형 국책사업 평가와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 회장은 "통상 대형 과제는 책임자가 직접 발표하고 질의응답과 추가 자료 제출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번에는 구두 발표도 없었다"며 "각 대학이 정부가 제시한 지역 전략산업에 맞춰 기업들과 협약을 맺는 등 상당한 준비를 했던 만큼 선정 과정에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국교련은 올해 미선정된 경북대·강원대·경상국립대·전북대·제주대·충북대 등 6개 거점국립대가 내년부터 기존 선정 대학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예산 확보를 요구할 방침이다.
한 회장은 "이미 대학들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준비도 해놓은 만큼 예산만 확보되면 빠르게 지원할 수 있다"며 "내년 3~4월 정도부터 지원이 이뤄진다면 올해 선정된 대학들과 큰 시차 없이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교련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뜻을 전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교육부와 국회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미선정 대학에 대한 추가 지원 필요성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교육부도 추가 지원에 대한 의지는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국가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며 "국회 등을 상대로 필요성을 설득하고,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을 면담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직접 만날지, 만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의견이 대통령실까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지원 확대만큼 대학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수사회가 정부의 평가와 지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과 대학의 미래를 위한 혁신 방향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회장은 이제 거점국립대들이 정부 지원을 놓고 서로 경쟁하기보다 협력해 세계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이제는 부산대를 나왔느냐, 경북대를 나왔느냐, 전남대를 나왔느냐를 놓고 대학끼리 경쟁할 때가 아니다"며 "우리나라 대학들은 서로 힘을 합쳐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직접 연구했던 경험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의 물리학 교수를 모두 합쳐도 200명이 채 되지 않는데, 워싱턴대 시애틀은 한 대학에만 물리학 교수가 100명이 넘었다"며 "우리 대학들이 힘을 합쳐야 해외 대학 한두 곳과 비슷한 규모가 된다. 우리끼리 경쟁해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과 대학뿐 아니라 학문 간에도 서로 협력하고 융합해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나올 수 있다"며 "정량평가와 재정지원으로 대학들을 계속 경쟁시키기보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나머지 6개 대학도 함께 지원해 각 대학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 대학끼리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