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전날엔 '비용 절감' 명시하고 브리핑서 부인
지방 이전 기관 임차비 재원 질문엔 답변 미뤄
정부가 비용 절감을 앞세워 공공기관 109곳을 통폐합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비용 절감이 큰 목표는 아니다"고 말을 뒤집으며 혼선을 자초했다. 비용 절감 효과는 구체적으로 산출조차 하지 않았다. 이전 비용을 어디서 조달할지도 답하지 못했다.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사후 브리핑'에서 이번 공공기관 통폐합과 관련해 "비용 절감을 큰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날 발표에서는 '공공기관 DIET(다이어트) 2026'의 3대 비전 가운데 하나로 비용 절감을 명시했다. 조직·인력 팽창과 부채 누적을 문제로 지적하며 국민 부담 가중과 재정 지속가능성 저해를 개혁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2020년 542조원에서 지난해 769조원으로 5년 새 41.9% 늘었고, 부채비율도 174.1%까지 높아졌다'는 통계도 내놓았다.
이에 매일신문을 비롯한 상당수 언론은 공공부문 비대화와 재정 부담을 이번 개편의 주요 배경으로 짚어 보도했다. 그런데 정부는 발표 하루 만에 이와 배치되는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이 같은 지적에 재경부 관계자는 "비용 절감 측면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강조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인력 구조조정이나 부채 감축이 아니라고 했다. 대신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존 공공기관 개혁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라며 박근혜·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파티는 끝났다'는 슬로건을 거론했다. 그는 "그 슬로건은 공공기관의 비효율성, 방만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AI 대전환이라든가 상존하는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융합적이고 선제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부채 부담이 가장 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리도 마찬가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분리를 통해 부채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고 담보할 수는 없다"며 부채를 얼마나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09개 기관 통폐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구체적으로 산출되지 않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산출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통폐합되는 소규모 기관의 기관장, 수행 직원 등을 절감 가능 부문으로 거론하는 데 그쳤다.
통폐합 대상에는 공시 의무가 없는 미지정 공공기관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정부가 별도로 관리해온 183개 미지정기관 목록 역시 인건비와 복리후생 수준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정부는 개편안 발표 이후에야 주무 부처를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편 성과를 판단할 핵심성과지표(KPI)도 5개 안팎을 마련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109개 감축'이라는 수치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수치가 현재 지정된 공공기관 342개만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니라고 했다. 지정이 보류된 183개 기관까지 합친 524개를 모수로 삼아 개편 이후 415개로 줄이는 셈이라는 것이다. 통합 과정에서 유사한 소규모 지정유보 기관이 묶여 새로 지정되면, 공식 지정 공공기관 수는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필요한 재원 계획도 불분명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민간 건물을 임차해 선도 이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간 임차비 규모와 재원 조달 방안을 묻는 질문에 재경부 관계자는 "관련 업무는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