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 맞는 손님만"…불황에 달라진 자영업 셈법

입력 2026-09-03 16:26:51 수정 2026-09-03 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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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시간 제한해 좌석 회전율 높이고
최소 주문으로 객단가·정체성 잡아
매장 규칙에 공감한 고객은 단골로
불황 속 '모든 손님' 대신 효율 택해

대구 중구 계산동 카페
대구 중구 계산동 카페 '인바이트 디저트' 입구에 매장 이용 규칙이 안내돼 있다. 이곳은 1인 1디저트·1음료 주문을 원칙으로 하고 노트북·공부를 제한하는 한편, 매장 이용시간을 90분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임소현 기자

손님이 많을수록 좋다는 건 장사의 오랜 공식이다. 하지만 불황 속 자영업자들의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공부나 대화, 촬영을 제한하고 이용시간과 주문 방식까지 직접 정하는 가게가 등장하고 있다. 한정된 좌석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매장 콘셉트에 맞는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대구 계산동 카페 '인바이트 디저트'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여유로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테이블을 빽빽하게 배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팀이 2~3시간, 주말에는 3~4시간씩 머무는 일이 반복되면서 회전율이 떨어졌고, 개업 6개월 만에 폐업까지 고민했다.

인바이트는 테이블을 늘리는 대신 운영 방식을 바꿨다. 노트북·태블릿PC 사용과 공부를 제한하고 이용시간을 90분으로 정했다. 베이커리가 주력인 매장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1인 1음료·1베이커리 주문 원칙도 도입했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래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직접 만든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다.

조미령 대표는 "이대로 가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손님이 떨어질까 걱정하며 기존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에게 집중해보자는 마음으로 이용 규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손님이 끊기지는 않았다. 장시간 체류하는 손님이 줄면서 좌석 회전이 개선됐고, 매장 운영 방식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최소 주문 기준을 넘어 베이커리를 두 개 이상 주문하는 고객도 생겼다.

이처럼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자영업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 등 소상공인 주요 6개 업종의 폐업은 75만1천개로, 폐업률은 11.08%에 달했다. 폐업 소상공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0.9%가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았다. 손님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좌석 회전과 객단가 등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해진 배경이다.

물론 반발도 있다. 돈을 내고 이용하는 공간에서 대화나 촬영, 체류시간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도 "손님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 "편하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구 중구 미분당 동성로점에 조용한 식사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분당은 다른 고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을 것을 안내하며 조용한 식사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 중구 미분당 동성로점에 조용한 식사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분당은 다른 고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을 것을 안내하며 조용한 식사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매장의 규칙은 오히려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가게가 추구하는 이용 방식을 미리 제시해 이에 공감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재방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조용한 식사를 지향하는 쌀국수 전문점 '미분당'은 매장 내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식사 환경을 유지 하기 위해서다. 미분당 동성로점을 찾은 이가영(23) 씨는 이런 운영 방식 때문에 단골이 됐다. 이 씨는 "한 끼를 먹는 동안 방해받지 않고 음식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며 "같은 규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니 옆자리에도 비슷한 유형의 손님들이 있는 것 같아 안정감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