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영화관, 시청각장애인에 자막·화면해설 제공해야"

입력 2026-09-03 10:33:42 수정 2026-09-03 10: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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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제기 10년 6개월 만에 원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대법 "영화관 재정 부담만 과도하게 고려한 원심 판단 잘못"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관에서 차별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화면해설과 자막, 수신기기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이 시작된 지 약 10년 6개월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오전 10시 시청각장애인 4명이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심이 상영 횟수와 상영관 범위를 함께 제한한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첩적으로 적용한 원심판결은 피고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으로서 그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고 원고들의 상고 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과도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차별의 철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도 함께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2016년 2월 17일 시작됐다. 당시 시청각장애인 4명은 "한국 영화 관객이 1천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장애인은 그 관객 속에 없다"며 영화관에서 시청각장애인의 관람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1심은 2017년 12월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영화 제작업자나 배급업자가 화면해설·자막 파일을 제공한 영화라면 영화관도 이를 제공하고 FM 보청기기 등 보조기기를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웹사이트를 통해 화면해설과 자막 제공 영화, 상영관, 상영 시간 등을 안내하고 점자 자료와 큰 활자 문서, 수어 통역 등도 제공하도록 했다.

다만 2심은 2021년 11월 일부 조건을 추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좌석 수가 300석을 넘는 상영관의 경우 전체 상영 횟수 가운데 3%를 '배리어프리 영화'로 편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각장애인에게 음성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 문자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를 말한다.

한편 이날 대법원 선고에서는 청각장애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을 위해 수어통역이 제공됐다.

또 원고들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 형식의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도 일반 판결문과 함께 제공됐다. 대법원이 이지리드 판결문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