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겼던 말발굽 소리, 65년 만에 영천서 되살아난다

입력 2026-09-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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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영업개시, 13일 개장기념행사
국내 네 번째 경마공원, 17년만의 결실

렛츠런파크 영천 관람대와 조형물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렛츠런파크 영천 관람대와 조형물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1961년 대구에서 끊긴 말발굽 소리가 65년 만인 13일, 경북 영천에서 다시 울린다. 영천 금호읍·청통면 일대에 조성된 렛츠런파크 영천이 11일 영업을 개시하고, 13일에는 개장기념행사와 함께 첫 경주가 열린다. 서울 과천과 제주, 부산경남에 이어 국내 네 번째로 문을 여는 경마공원이다. 2009년 후보지 선정 이후 17년 만의 결실이다.

1937년 대구경마장에서 추계경마하던 모습. 사진공모전 특선작. 2026.9.8. 한국마사회 제공
1937년 대구경마장에서 추계경마하던 모습. 사진공모전 특선작. 2026.9.8. 한국마사회 제공

◆65년 전 끊긴 인연, 영천이 잇는다

8일 마사회에 따르면 대구경북과 경마의 인연은 9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7년 법인 인가를 받은 대구경마구락부는 1929년부터 본격적으로 경마를 시작했다. 1933년에는 지금의 대구 북구 노원동 일대인 옛 원대동에 정식 공인 경마장이 들어섰다. 4만평 부지에 1천500m 주로와 4천명 규모 관람대를 갖춘 이 경마장에는 1930년 출주두수 356두가 몰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말이 뛰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주로가 훼손되고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1961년 개인에게 매각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천의 경마공원 유치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금호읍 일대에서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마형대구(馬形帶鉤)가 출토됐고, 조선시대 신녕면 장수역은 군위·경주·경산·울산 일대 역참을 관할했다. 조선통신사는 열한 차례 영천을 지나며 말을 갈아탔고, 금호강변 전별연에서는 말 위에서 곡예를 펼치는 마상재(馬上才)도 열렸다. 영천에는 말과 관련한 지명만 28곳이 남아 있다. 2009년 렛츠런파크 후보지 선정 당시 영천에는 이미 운주산승마조련센터가 있었고, 2015년에는 제주를 제외한 내륙 최초로 말산업특구로 지정되며 말산업 기반을 넓혀왔다. 이번 개장으로 영천은 생산·조련·복지·경주·관광으로 이어지는 말산업 전 주기 체계를 내륙에서 처음 완성하게 됐다.

렛츠런파크 영천 경주로를 힘차게 질주하는 경주마들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렛츠런파크 영천 경주로를 힘차게 질주하는 경주마들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3천57억원 들인 국내 최초 순회경마공원

대구경마구락부의 DNA를 잇는 렛츠런파크 영천은 66만㎡(1단계) 부지에 총사업비 3천57억원(1단계 1천857억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관람대는 3천500명을 수용하며 한옥을 모티브로 한 계단식 디자인을 채택했다. 경주로 2면과 주차장(1천746대)을 갖췄고, 경주로 안쪽은 대규모 친환경 수변공원으로 꾸며졌다. 주차장에는 태양광 가림막을 설치해 탄소중립도 실천했다.

운영 방식에는 국내 최초로 '권역형 순회경마'가 도입된다. 부산경남에서 상주 훈련하는 경주마가 경주일마다 영천으로 이동해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미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됐다. 이달에는 영천에서 12개 경주가 먼저 열리고, 하반기 12주 동안 매주 일요일 6경주씩 총 72개 경주가 시행된다.

경주마 이동에는 국제경마연맹(IFHA)의 말 수송 복지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13.5톤 무진동 전용 수송차량 13대가 투입된다. 차량 한 대 가격은 3억3천만원이다. 시스템 에어컨과 가변형 칸막이, 부상 방지용 특수 고무 바닥재를 적용했고, 국내 최초로 실시간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 장치와 클래식 음악 송출 장치도 갖춰 이동 중 말이 받는 스트레스를 낮췄다. 이동 전에는 매일 체온과 호흡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수송 대상에서 제외한다. 마사회는 이미 7월 18일과 25일 두 차례 모의경주를 열어 마필 수송과 마방 운영, 경주 시행 등 개장 전 운영 체계를 점검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단순히 동물을 운반하는 게 아니라 최고급 스포츠 선수를 돌보는 고도의 과학적 과정"이라며 "모의경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벽한 순회경마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렛츠런파크 영천 관람대. 한국마사회 제공
렛츠런파크 영천 관람대. 한국마사회 제공

◆13일 개장기념행사부터 지역경제 파급효과까지

개장기념행사는 13일 오전 11시 40분부터 낮 12시 35분까지 관람대 야외 관람석에서 열린다. 아리랑태권도시범단과 육군3사관학교 군악대의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낮 12시 45분에는 1천800m 거리로 치러지는 개장 기념경주가 첫 테이프를 끊는다.

개장기념 축제에는 영천 창업기업 30곳이 참여하는 로컬빌리지와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공간이 마련된다. 미니호스 체험과 말 테마 콘텐츠, 계절별 가족 행사도 운영해 경마 관람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마사회는 구매 상한 등 현행 건전화 제도를 유지하며 건전한 레저문화 정착을 개장 첫해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의 영천 연장사업과 금호·대창 하이패스 나들목(IC) 개통이 맞물리면 영천은 교통 접근성이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영천시와 마사회는 개장으로 연평균 300여명의 일자리 창출과 1조8천억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사업비 1천200억여원을 들이는 2단계 사업을 통해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말 문화 복합테마파크로 확장할 계획이다.

우희종 마사회 회장은 "렛츠런파크 영천은 서울과 제주, 부산경남에 이어 네 번째로 탄생한 경마공원이자 단순한 경마시설을 넘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영천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가장 따뜻한 상생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했다.

영천경마공원 첫 모의경주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주마들의 모습을 관람대 앞 대형 전광판이 생중계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영천경마공원 첫 모의경주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주마들의 모습을 관람대 앞 대형 전광판이 생중계하고 있다. 매일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