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조원 미래대응기금 신설…교부세·교육교부금 타격에 지자체 반발
지방교부세 30조원 감소…"단순 세출 구조조정 아닌 재정분권 문제"
지방세 비중 늘어도 자유재원 74.1%→64.9% 내려앉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로 마련되는 '미래대응기금'이 늘수록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추가세수를 중앙정부의 전략투자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재정안정화와 중장기 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교육재원 개편 반발
정부는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연동구조 개편을 통해 의무지출 제도를 손질,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이는 반도체 호황으로 총수입이 200조원 급증하는 특수 상황에 따라 162조원 규모의 미래기금을 신설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에서 미래기금 적립액을 먼저 뺀 뒤,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교부금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미래기금 전출로 지방교부세는 기존 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30조5천억원 감소한다.
나라살림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보통교부세는 29조6천억원 감액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기금 전출이 없었다면 98조1천억원 규모가 될 내년 보통교부세가 68조5천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내년 보통교부세는 올해 추경 대비 2조3천억원(3.4%) 증가하는 것으로, 반도체 호황으로 국세 수입이 무려 40.7% 증가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시·도별 감소액을 추계하면 경북이 4조7천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크게 줄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방정부에 배분될 재원을 30조원 이상 축소하는 것은 단순 세출 구조조정으로 볼 수 없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원 배분구조를 변경하는 재정분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배정하는 연동방식을 개편해 3년 평균 경제성장률과 연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한다. 교육교부금은 32조5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 재정분권 하락 속 세수도 호남에 쏠리나
무엇보다 정부는 재정분권 정책에 따라 지방세 비중이 확대됐다고 보고 있지만, 실질적 재정분권 수준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방세 비중은 2008년 20.8%에서 올해 23.2%로 2.4%포인트(p) 상승했으나,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재원 비중은 같은 기간 74.1%에서 64.9%로 9.2%p 하락했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으로 지방세 비중이 확대되더라도 이보다 국고보조금이 더 빠르게 증가, 지자체가 자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재원은 줄어든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호남권 반도체 투자 쏠림으로 지역을 지탱했던 관련 세수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규모 토지와 건축물을 수반하는 반도체 팹은 단계적 증설에 따른 취득세 기반 확대로 연속적 세입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경기와 무관하게 이전이 어려운 고정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완공 이후에도 지속적 세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470여 개의 지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이전할 경우 이러한 취득·재산세를 비롯해 법인지방소득세, 개인지방소득세 등 세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도지사협의회에서도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정 변화를 엄중하게 보고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