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민교] 로봇을 FIX에 가둘 것인가, 대구의 미래산업으로 키울 것인가

입력 2026-09-01 15:21:45 수정 2026-09-01 16: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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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대경미래혁신포럼 대표, 전 대구대 총장직무대행)

서민교(대경미래혁신포럼 대표, 전 대구대 총장직무대행)
서민교(대경미래혁신포럼 대표, 전 대구대 총장직무대행)

로봇산업의 진화가 심상치 않다. 과거 로봇은 미리 입력된 명령에 따라 공장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자동화 기계였다. 지금은 다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이 로봇과 결합하면서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학습하며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물리적 AI(Physical AI)'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대구가 로봇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택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지원 인프라와 기계·자동차부품 등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고, 국가로봇테스트필드 구축을 통해 실증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자산을 어떻게 연결해 대구만의 산업 경쟁력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여기서 전시산업의 전략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구의 대표적인 미래기술 전시회인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는 모빌리티·로봇·AI·ICT 등 다양한 미래산업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종합 플랫폼이다. 이러한 통합형 전시회는 미래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로봇산업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Physical AI 시대의 로봇은 더 이상 기계산업의 한 분야가 아니다. AI가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는 핵심 산업이다.

그렇다면 로봇산업을 종합 박람회의 한 전시 분야로 계속 묶어두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이제 대구가 FIX와 로봇산업전(ROBEX)의 투 트랙 전략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본다.

FIX는 미래산업의 종합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쇼케이스로 발전시키고, ROBEX는 로봇 제조·부품·AI·소프트웨어·SI 기업과 수요 기업, 투자자, 해외 바이어가 만나 실제 거래와 실증을 만들어내는 전문 B2B 플랫폼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FIX가 미래를 보여주는 무대라면, ROBEX는 미래를 거래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FIX를 축소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두 전시회의 역할을 분명히 나눠 각각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로봇을 독립적인 산업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FIX의 종합성도 살아나고 ROBEX의 전문성도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대구의 로봇 전략은 다른 지역과 달라야 한다. 대구에는 자동차부품·기계·금속 등 오랜 제조업 기반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외부 로봇기업을 유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 제조업 자체를 로봇과 AI를 통해 다시 산업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동차부품 공장에 로봇을 넣고, 기계 가공 현장에 AI를 접목하고, 섬유·물류·서비스 현장에 자율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지역 기업이 로봇을 구매하고 실증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로봇 수요 시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ROBEX도 단순한 제품 전시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시, 수출 상담, 투자유치, 기술이전, 실증사업, 정책포럼이 하나로 연결되는 산업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물론 로봇 전시회를 독립시킨다고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전시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FIX와 ROBEX의 브랜드와 전문 프로그램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후 해외 로봇기업과 바이어를 적극 유치해 국제성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구의 제조기업이 로봇을 도입하고, 로봇기업이 기술을 실증하며, 투자와 수출이 연결되는 '대구 로봇산업 주간'​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