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권' 명목 새벽배송 규제… 택배 기사들 생존권 위협

입력 2026-09-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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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기사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며 정치권이 추진 중인 규제 법안이 오히려 현장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야간작업 시간을 일일 최대 10시간,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작업 3일 초과 금지 및 월 야간작업 횟수를 최대 12회로 틀어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자 보호' 취지라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오히려 획일적 입법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역설적(逆說的) 상황이다. 쿠팡 배송 기사 대리점 연합단체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소속 택배 기사 3천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작업 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에 반대했다. 월 업무 일수를 12일로, 주당 작업 시간을 3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무려 98%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규제대로라면 한 달에 겨우 120시간, 주당 28시간 남짓만 일하라는 의미다. 저마다의 다양한 사정 속에서 일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보고 야간 배송을 선택한 기사들에게 강제로 일거리를 뺏고 소득을 토막 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소득 감소 시 응답자의 절반(48.8%)은 다른 일을 병행하는 '투잡'을 뛰겠다고 했고, 절반 이상은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67.5%는 야간 물량이 주간으로 집중돼 주간 기사들의 과로를 유발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와 자율적인 소득 활동을 과도하게 침해(侵害)하는 입법이다.

현장이 원하는 것은 실질적인 여건 개선이다. 주 5일 업무제 도입, 자유로운 휴무 보장, 정기적인 건강검진 지원 등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은 충분히 존재한다. 당사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규제를 '선(善)'으로 포장해 강행하는 것은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탁상행정일 뿐이다. 정치권은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어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해서는 안 된다.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