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금리 시대 대출 확대식 포용금융, 취약계층엔 덫 될 수도

입력 2026-09-01 05:0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한국은행이 긴축 필요성을 내세우며 기준금리를 연 3%까지 끌어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로 이어지고, 빚에 허덕이는 금융 취약계층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제때 빚을 못 갚아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이 2022년 12만여 명에서 지난해 18만9천여 명으로 급증했는데, 올 상반기 벌써 9만7천여 명에 이른다. 연체 초기에 이뤄지는 신속채무조정은 3배 이상 늘었고, 70대 이상에선 7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채무조정이 재기(再起)의 발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빚을 조정받고 성실하게 갚던 사람이 생활비에 쪼들려 소액대출을 신청한 건수가 상반기에만 2만6천여 건이다. '대출-채무조정-재대출'의 악순환이다.

그런데 정부 처방은 다시 대출 확대다. 제2금융권의 중금리(中金利)대출 증가분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해 고금리나 불법 사금융 의존을 막겠다지만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한다면서 취약차주 대출을 늘린다니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먹고살 돈이 없어 제2금융권을 찾아가는데, 중금리인들 제때 갚을 수 있겠나. 채무조정 후 생계비 대출에 의존하고, 60·70대 생활형 부채가 늘어나고, 폐업 자영업자가 생계를 걱정하는 문제부터 살펴야 한다. 금융 규제를 완화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최근 기초연금 개편안 사전설명회가 발표 직전 취소된 일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노인층 반발과 정치적 부담 탓에 저소득 노인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개편안 발표를 주저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한된 재원을 선별적으로 배분하고 혜택을 조정하는 개혁은 물론 쉽지 않다. 반면 대출 확대는 빠르고 당장 민심에 반영되며, 채무조정 확대도 금융 취약계층의 박수를 받기 쉽다. 그러나 빚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출 확대는 과감하면서 이해관계 조정이 절실한 구조개혁을 주저하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취약계층을 끌어안겠다는 정부의 포용(包容)금융이 급한 불 끄기에만 급급하다면 결국 후대에 부담만 떠넘기는 이기적인 정책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