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데 또 주주에게 손 벌리나"…삼성바이오, 3조 유증에 '부글부글'[개미와글와글]

입력 2026-08-31 10:37:36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현금성 자산 2.2조·이익잉여금 7.8조…재무 개선에도 3조 유증
무배당 기조 속 추가 출자 요구…25주 보유해도 신주 1주 미만
한 달 전 '보유자금·차입'서 유증으로 변경…금감원 심사도 관건

제미나이 생성
제미나이 생성

"소액주주는 가만 앉아서 손해를 보는 유상증자는 철회돼야 합니다. 배당이라도 지속적으로 하고 나서 소액주주에게 손을 벌려야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약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들은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미 2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이익잉여금도 7조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주주에게 다시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입니다.

특히 창사 이후 무배당 기조를 이어온 회사가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택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주주환원이 없었던 상황에서 투자 재원이 필요해지자 유상증자를 통해 그 부담을 주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입니다.

더욱이 지난달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발표하면서 '보유자금 및 차입금'을 통해 인수대금을 조달한다고 공시한 지 한 달여 만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존 주주로서는 회사의 성장 전략을 믿고 투자해 왔는데 갑작스럽게 추가 출자까지 요구받게 된 셈입니다.

3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3조9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발행 예정 주식은 227만 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약 4.9%이며 예정 발행가는 주당 132만2000원입니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시장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지난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8% 하락한 14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회사는 증자 비율을 약 5%로 제한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74.3%에 달해 실질적인 소액주주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주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증자 규모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동안 주주환원이 없었던 상황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는 점, 인수 발표 당시 제시했던 자금조달 방식이 불과 한 달 만에 달라졌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더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달 자금의 90% 이상을 스위스 펩타이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결국 기존 주주의 자금 투입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입니다.

주주 입장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 상황입니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약 2조1886억 원으로 2021년 말 4976억 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1조2927억 원에서 9654억 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59.7%에서 51.3%로 낮아졌습니다.

이익창출력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1년 5373억 원에서 지난해 2조692억 원으로 약 4배 증가했습니다. 이익잉여금 역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조7709억 원에 달합니다. 회사가 당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인수자금 상당 부분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의 재무 여력을 고려하면 주주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자금이나 차입 대신 왜 주주에게 먼저 손을 벌리느냐"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향후 제2·3바이오캠퍼스 건설 등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만큼 현금을 보존하고 차입 여력을 남겨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4년까지 총 15조 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의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라는 점이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후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고 올해 초에도 향후 3년간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어 주주들의 분노는 더 큰 상황입니다.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으면서 성장 투자에 필요한 자금까지 주주에게 추가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주주들의 불만은 실제 배정받는 신주 규모에서도 드러납니다. 28일 종가 148만6000원을 기준으로 25주를 보유한 주주는 약 3715만 원을 투자한 셈이지만, 구주주 배정비율이 1주당 약 0.039주에 불과해 배정받는 신주는 약 0.98주에 그칩니다. 수천만 원을 투자한 소액주주라도 배정받는 신주가 1주에 미치지 않을 수 있는 셈입니다.

1주 미만의 단수주가 발생한다고 해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유 주식 수가 적을수록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인 반면, 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기존 보유 주식의 평가가치는 고스란히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부담에 비해 증자 참여의 실익이 제한적이라는 불만이 나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을 키운 또 다른 대목은 자금조달 방식이 불과 한 달 만에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발표할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수대금을 '보유자금 및 차입금'을 통해 조달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핵심 자금조달 수단이 유상증자로 바뀌었습니다.

회사 측은 당시 최종 자금조달 구조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으며 추후 다른 조달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시에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인수 발표 당시와 실제 자금조달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심사도 넘어야 할 관문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의 경우 조달액의 90% 이상이 해외 기업 인수에 투입되는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당한 현금성 자산과 이익창출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금조달 필요성과 사용처, 기존 공시와의 정합성 등에 대한 설명이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최근 유상증자의 투자자 보호 측면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회사가 이번 증자의 필요성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왜 지금 유증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금융당국과 기존 주주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오는 9월 3일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주주들의 불만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글로벌 금리 환경도 변수입니다. 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바이오주 밸류에이션과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대규모 인수와 생산시설 증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금리와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의 성패는 3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실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인수를 통한 성장 전략에 기대가 있는 만큼 사업 확장 가능성은 있지만,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 재무여건에도 불구하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한 배경과 인수 발표 당시와 달라진 자금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특히 무배당 기조 속에서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선 만큼, 회사가 제시하는 성장 효과가 기존 투자자의 부담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번 증자는 성장 투자가 아니라 회사의 재무 부담을 기존 투자자에게 전가한 결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