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매파에 9월 인상 확률↑…개인 투심도 위축
반도체 이익·주주환원이 하단 방어
"4분기 실적 개선주 선별 전략 유효" 조언
7월 역대급 폭락 이후 8월 들어서도 이렇다 할 반등을 하지 못한 코스피가 9월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반도체 이익 개선과 주주환원이 지수 하단을 떠받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계절적 약세가 겹치며 반등 동력이 약한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9월 단기 반등보다 4분기를 겨냥한 대응이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2.9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낙관론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했으나 한때 7000대를 회복한 뒤 6400대까지 밀리는 등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8월 마지막날인 이날 오전 10시26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2.57% 하락한 6614.44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7월에는 한 달간 22% 넘게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9월 증시의 최대 변수는 미국 금리다.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각)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둔화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추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 직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인상 확률은 35.4%에서 57.5%로 급등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72%까지 올랐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25%, 0.52% 하락했다. 다만 9월 FOMC 자체는 동결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금리 결정보다 향후 정책 경로와 장기금리의 방향에 쏠린다.
금리 부담이 무거운 건 이번 국면에서 정책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기준금리 인하가 급락장의 반등을 밀어줬지만 지금은 미국 경기와 기업 실적이 함께 확장하는 국면이라 대규모 완화로 돌아설 명분이 크지 않다. 하나증권은 미국 장기금리를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10년물 금리가 4.7%를 넘어 5%에 다가서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명목성장률을 웃돌면서 지수를 끌어내릴 위험이 커진다는 진단이다.
JP모건은 9월을 앞두고 주식 비중 축소를 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술적 전략가 제이슨 헌터는 미국 증시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며 보유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S&P500의 중기 상승 탄력이 장기 저항선 부근에서 둔화하고 그간 장을 이끈 AI 관련주의 기술적 체력이 약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반도체지수가 노동절 이후에도 주요 저항 구간을 넘어서지 못하면 단기 반등에 그친 채 가을 들어 다시 강한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JP모건은 중장기 강세 전망은 유지하며 S&P500 연말 목표치를 7800포인트에서 8000포인트로 상향했다.
계절성도 9월 반등을 늦추는 변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미국 중간선거가 있던 해의 9월 수익률은 S&P500이 -1.8%, 코스피가 -1.2%로 부진했고 상승 확률도 각각 45%에 그쳤다. 반면 10월에는 평균 수익률이 S&P500 4.1%, 코스피 3.5%로 뛰었고 상승 확률도 82%, 64%로 높아졌다.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9월에 소화한 뒤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흐름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 치러진다.
수급 여건도 유동성 반등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고객예탁금은 지난 6월 140조원 수준에서 이달 27일 기준 96조709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지수 반등 과정에서 나올 개인 매물도 부담이다. 올해 개인은 지수가 내리는 동안 8000~8500포인트 구간에서 27조원을 순매수해 지수가 해당 구간에 진입하면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외국인 수급과 선물시장 회복도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7000대에 안착하려면 반도체 실적뿐 아니라 외국인 수급과 선물시장 참여가 함께 살아나야 한다고 본다.
정희찬 삼성선물 연구원은 "변동성이 완화됐다고 해서 시장이 정상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코스피 선물이 최근 형성하고 있는 박스권을 벗어나 상승폭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결제약정의 증가가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기업 이익은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코스피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800조원 수준까지 높아졌고 내년에는 10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9배까지 낮아진 상태로, 반도체 이익 전망이 유지된다면 추가 하락보다 금리 변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정상화 속도가 반등 폭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40조원 자사주 매입·소각과 삼성전자의 90조~110조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도 개인 자금 이탈을 상당 부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만 안정되면 반등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9월 초 발표되는 수출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이후 고용·물가 지표를 통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기대에 금리 안정이 더해지면 코스피가 7000대를 넘어 새로운 상승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9월에는 지수 방향보다 4분기 실적과 수익성이 개선될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고금리 국면에서 부채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리는 기업보다 총자산이익률(ROA)을 개선하는 기업이 유리하다며 전력기기와 방산, IT하드웨어, 화장품, 제약·바이오,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을 꼽았다.
반도체가 쉬어가는 구간에는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가 번질 수 있지만 반도체가 살아나면 다시 쏠림이 나타나 순환매 주기는 짧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신뢰성이 낮아 V자형 반등은 주춤할 수 있지만 디레이팅 국면이 타당한 만큼 저점을 높여가며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며 "이르면 9월 말, 늦으면 연말 변곡점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