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사투리] <5> 무지개

입력 2026-09-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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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무지개는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나타나는 반원형의 일곱 빛깔의 줄을 말한다. 한 줄기 세찬 소나기가 내린 후에 예쁜 무지개가 뜬다. 음악에 비유하면 소나기가 강렬한 타악(打樂)이라면, 무지개는 부드러운 명상음악이다.

비가 온 뒤 하늘에 아름다운무지개[彩虹]가 뜨면 사람들은 누구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다. 가늘고 둥근 활 모양의 무지개[天弓]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우리 조상들은 무지개를 단순한 자연현상으로만 보지 않았다.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특별한 문이나 다리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무지개'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원을 분석하면 '물(水)+지게(戶)'의 결합이다. '지게'는 등에 짐을 지는 도구가 아니라 '방에 들어가는 작은 외짝문'을 뜻한다. 옛말에서 '호(戶)'를 '지게'라 했다. 따라서 '물지게'는 '물로 된 작은 문'이라는 뜻이다. 무지개의 둥근 모양이 마치 하늘에 걸린 문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무지개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거나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문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사람 사는 땅과 신성한 하늘을 연결하는 다리로 여겼다. 그런 의미에서 무지개는 무지개다리[虹橋]와 의미가 통한다.

무지개의 끝이 땅에 닿는 곳에는 보물이나 행운이 있다는 믿음도 세계 여러 지역에 나타난다. 비가 온 후 운이 좋을 때는 두 개가 뜬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쌍무지개라 하는데, 빛이 곱고 맑게 보이는 것이 '수무지개'이고 빛이 없고 흐린 것은 '암무지개'이다.

그런데 '물지게'라는 형태가 실제 옛 문헌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물좀을 무좀으로 발음하듯이, '믈지게'를 '므지게'로 발음한다. 1447년에 간행된 '석보상절'과 '용비어천가'에는 '므지게'가 보인다. 이후 '므지게>무지게>무지개'로 형태가 변해 오늘날의 '무지개'가 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1636년의 '산성일기'에는 '무지게', 1730년의 '송광사판 유합'에는 '무지개'가 나타난다. 오늘날에는 무지개가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다.

사투리의 어형을 나누면, '무지게'계 어형과 '황고지'계 어형으로 나타난다. '무지게'계 어형은 무지게, 무지개, 무질개, 무즈개, 무저개, 무주개 등이 있다. 무지게, 무지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여러 지역에 나타난다. 무지개는 뒷날 다시 형태가 변하여 무지개>무질개(경북), 무지개>무즈개(전북·전남)>무저개(경북), 무지개>무즈개(전북·전남)>무주개(충남)로 나타난다.

제주도에서는 무지개를 '황고지'라고 한다. '황고지'는 '한고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며, '한(큰)+곶(꽃의 옛말)+이(접미사)', 곧 '큰 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시름, 한걱정이 큰시름, 큰걱정의 의미를 지닌 것과 같다.

우리 조상들의 생각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육지에서는 '물로 된 작은 문', 제주에서는 '큰 꽃'으로 표현했다. 오늘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면 그냥 '예쁘다'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조상들이 그 무지개를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문이자 다리, 또는 하늘에 핀 큰 꽃으로 바라보았다는 사실도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신승원sinswon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