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 이후 첫 재제청…사법부와 정면 충돌
'국회 동의 거치는 입법부 권한도 훼손했다' 비판
李 사법리스크 없애려 '코트 패킹' 의도라는 지적도
행정부 수반인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부를 이끌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정면 충돌했다. 헌법상 독립된 사법부의 대법관 제청 권한에 이 대통령이 거부하고 맞선 만큼 삼권분립 훼손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를 가진 이 대통령이 임기 내 대법관 인적 구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코트 패킹'(Court Packing·법원 장악)을 시도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재제청 요구는 87년 현행 헌법 체계가 들어선 이후 전례가 없는 초유의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 임명 권한이 비선출 권력이자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대법원장 제청 권한보다 우선한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간 삼권분립 원칙을 근간으로 삼은 현행 헌법 정신을 고려할 때 대법관 제청 권한이 행정부 수반에 귀속된다고 볼 경우 독립된 재판 등 사법부 권한은 상당 부분 침해될 수밖에 없어서다.
대법원장 제청 권한에 대해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 역시 입법부가 이를 견제하도록 한 것인데 청와대가 이를 배제한 채 재제청을 요구한 점은 입법부 권한까지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도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둔 배경으로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코프 패킹을 한다는 해석이 만만치 않다.
대법관 증원법에 따라 향후 총 26명으로 늘어날 대법관 중 22명이 현 정부 임기 내 임명되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자신의 재판이나 정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물러설 경우 향후 대법관 인선에서도 사법부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맥락이다. 이러한 노림수가 현실이 될 경우 결국 정권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9일 논평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만 제청해야 하니 처음부터 대통령이 지명하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 채워질 스무 명 넘는 대법관을 전부 그렇게 뽑겠다면 대법원은 청와대 사법비서관실이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