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K-AI 2차전지, 1주일간 9%대 상승…테마형 지수 선두
구성 종목 10개 중 9개 올라…관련 ETF도 일제히 강세
AI 데이터센터·美 정책에 ESS 수요 기대↑…경쟁 심화는 변수
한동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짓눌렸던 2차전지주가 모처럼 강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한 데다 미국의 외국산 전력 장비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까지 더해지면서다.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수급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순환매 움직임도 2차전지주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K-AI 2차전지' 지수는 최근 1주일(19~27일) 동안 9.16% 상승해 거래소가 산출하는 39개 테마형 지수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도 8.29% 올라 뒤를 이었다. 3위인 'KRX-Akros AI 전력인프라' 지수의 상승률이 5.4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차전지 관련 지수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상승했다. 엘앤에프가 23.15% 급등해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삼성SDI(16.60%) ▲포스코퓨처엠(14.71%)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에코프로비엠(8.16%) ▲에코프로(5.63%) ▲LG에너지솔루션(5.56%) ▲POSCO홀딩스(4.62%) ▲SKC(4.52%) ▲LG화학(1.48%) 등이 일제히 올랐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강세가 뚜렷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2차전지 관련 ETF 15종 가운데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14종이 모두 상승했다. 상승형 ETF 14종의 단순 평균 수익률은 7.46%에 달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가 11.88% 뛰었으며 ▲신한자산운용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9.43%)'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2차전지TOP10(8.82%)' ▲KODEX 전고체배터리ESS TOP2플러스(8.64%) 등도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KB자산운용의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는 7.97% 하락했다.
최근 2차전지주의 반등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는 ESS가 꼽힌다. 기존 2차전지 산업이 전기차 수요에 크게 의존했다면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부족과 전력망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ESS와 데이터센터용 배터리백업유닛(BBU)이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글로벌 ESS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글로벌 ESS 신규 설치량은 50.8GWh로 전년 동월보다 5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설치량도 182.2GWh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특히 북미의 6월 ESS 설치량은 76% 급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상업·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BTM(Behind The Meter)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ESS의 성장 논리가 과거 탈탄소 중심에서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에너지 부족'과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에너지 안보',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품질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ESS 관련 수주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가 대규모 투자 실탄을 확보한 점도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5%를 약 4조45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확보한 자금 상당 부분이 북미 ESS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은 삼성SDI의 북미 ESS 생산능력이 올해 말 약 30GWh에서 2028년 말 50GWh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책도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대규모 전력 시스템 안보를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부 외국산 전력 장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북미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적 회복의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셀 3사의 올해 2분기 평균 생산설비 가동률은 54.0%로 전분기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삼성SDI는 ESS와 소형전지 부문에 힘입어 73%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동박 업체들도 EV·ESS용과 회로박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전환하면서 가동률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ESS만으로 2차전지 업황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전체 생산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대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이 필요해서다. 북미 ESS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점도 부담이다. LS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북미 ESS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을 70~75%로 추산했다. 여기에 GM과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ESS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어 향후 가격과 수익성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ESS가 실제 수주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회복 속도가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ESS 성장만으로 업종 전체의 정상화를 단정하기보다는 신규 수주와 생산설비 가동률 개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ESS는 계통 연계 BESS 수주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갖춘 국내 셀 3개사의 ESS 사업 업사이드도 유효하다"며 "다만, 총 생산설비 가동률 정상화의 관건은 결국 EV 회복 탄력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