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에 레버리지 거래대금 1조 원대 회복
단기 상승에 베팅 재개…변동성 확대 심화 주의
레버리지 도입 과정 논란…이억원 국회서 진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달아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 규제로 급격히 식었던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을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 양사의 주가 상승 기대에 두 배 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다시 몰리는 가운데 단기 상승에 편승한 추격매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내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전체 거래대금은 약 97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일에는 1조600억 원을 기록하며 이틀 연속 1조 원 안팎의 거래가 이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대금 상위권을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각각 3528억 원, 1856억 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각각 1000억 원을 웃돌았다.
지난주 발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이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약 40조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취득 예정 주식은 2407만 주로 발행주식의 3.3%에 해당한다. 기존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였던 주주환원 정책도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주주환원 규모를 90조~110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실적 개선 기대와 대규모 주주환원까지 겹치면서 한동안 식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열기에 다시 불이 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금융당국의 규제 시행 이후 투자 열기가 크게 식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과열과 투자자 손실 우려를 고려해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지난 19일부터는 신규 투자자에게 5거래일 동안 총 5시간의 모의거래 이수 의무도 적용했다.
기본예탁금 상향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12조4000억 원에 달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지난 10일 6000억 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이후에도 지난주까지 8000억 원대를 유지하며 규제 시행 이후 투자 열기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주환원 발표를 계기로 거래대금이 다시 1조 원 안팎으로 늘면서 규제만으로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버리지 상품 대신 신용융자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 3일 4조2000억 원대였던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2일 5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 18일에도 4조8000억 원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 4일 3조9000억 원대에서 13일 4조9000억 원대로 급증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쏠림 환경이 완화되려면 매크로 환경이 개선되고 불확실성이 낮아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장기물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투자자가 불확실성이 있는 업종보다 확실히 실적이 나오고 주주환원도 바로 기대되는 업종을 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단기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자금이 몰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각각 7.82%, 9.75% 급락한 뒤 주주환원 발표를 전후로 빠르게 반등했다. 이날도 오전 9시 36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11%, 5.27% 급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단기간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손익 변동폭도 본주보다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기간 수익률이 아닌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한다. 기초자산이 하락한 뒤 원래 가격을 회복하더라도 레버리지 ETF가 같은 수준까지 돌아오지 못할 수 있는 이유다.
예컨대 기초자산이 10% 하락한 뒤 11.1% 오르면 원금을 회복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20% 하락 후 22.2% 상승해 여전히 손실 구간에 머문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가 나타나 장기적으로 본주와 수익률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주주환원이라는 호재와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레버리지 ETF는 단기적인 주가 방향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확대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재료지만, 단기 급등한 레버리지 상품에 추격매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손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어 투자 시점과 변동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과정과 시장 영향 분석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느냐는 질의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기관별·단계별로 필요한 조치와 따져볼 사항을 모두 점검했다"라고 답했지만, 의원들은 구체적인 분석 방식과 결과를 담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이 단순 민감도 분석이나 복합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했는지, 실제 결과가 예상치에 부합했는지를 거듭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금융위의 시행령 개정부터 금감원의 시행세칙 마련, 거래소의 종목 선정과 운용사의 상품 설계까지 기관별·단계별 검토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과 위험 요소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질타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신규 상품을 출시할 때는 여러 시장 충격 상황을 전제로 시뮬레이션하고 투자자 보호 방안을 점검해야 한다"라며 "그런 과정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했지만 제출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