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 한 명 판단에 실종 사건 종결·기록 삭제까지
관리자 검증 없는 시스템, 경찰 내부 통제 여전히 제자리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경찰 수사를 둘러싼 국민적 불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 지인 수사 유착 논란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에 이어 최근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까지 초동 대응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잇따라 허점이 드러나면서 확대된 수사 권한에 걸맞은 역량과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췄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대부분 사건의 1차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자 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물론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됐다.
하지만 최근 제주 실종사건에서 담당 경찰관이 실제 통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보고한 뒤 사건을 종결한 정황이 드러났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지난 5월 실종 신고된 장미란 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60대 실종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담당 경찰 1명이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 사건을 해제하고 관련 기록을 삭제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실종 수사 시스템 전체의 허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종자의 소재가 실제 확인됐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검증하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실종자 정보를 공유하는 경찰 내부의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A 경장처럼 담당자가 관리자의 승인 없이 실종 사건을 '해제'하거나 데이터 자체를 삭제할 수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더 불이 붙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부랴부랴 대처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수본은 전국적으로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이어 실종사건 해제 요청 때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의 승인을 거치는 이중 확인 절차를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사건 종결 때 증빙자료 첨부를 의무화하고 입력 내용과 실제 자료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경보가 울리는 등 시스템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누가 사건을 입력·수정·승인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감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위험·장기 실종 사건은 독립적인 전문 부서가 재검토하는 절차도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