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활동가 '경찰 밀치기' 무죄…법원 "해산명령부터 위법"

입력 2026-08-23 07: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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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벌금 400만원→2심서 뒤집혀…정당방위 인정
항소심 "정당한 해산 사유 구체적으로 고지했다고 보기 부족"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2023년 12월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2023년 12월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에서 집회 중인 장애인을 들어 올리려던 경찰관을 밀쳐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당시 경찰의 해산 조치가 위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중호·엄철·윤원묵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로 기소된 전장연 활동가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무죄를 선고했다.

사회복지사인 A씨는 1급 장애인 B씨의 활동을 보조하던 중 2023년 11월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관을 팔로 밀어 넘어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휠체어를 타고 행진하던 B씨는 경찰의 해산명령에 항의하며 도로 위에 드러누웠다. 이후 경찰이 B씨를 들어 올려 휠체어에 앉히려 하자 A씨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성진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판사는 1심에서 경찰의 직무집행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전장연 회원들이 신고한 집회 내용과 달리 도로를 점거했고, 이에 따라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A씨에게 상해의 고의도 있었다고 봤다. 경찰관을 직접 때릴 의도는 없었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다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인권을 위한 사회운동이라 하더라도 법질서를 존중하고 그 테두리 내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경찰의 해산명령과 이에 따른 직무집행 자체가 적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A씨가 경찰관을 밀친 행위 역시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장연 회원들의 집회가 신고된 집회였음에도 경찰 수사보고에는 해산 사유가 '미신고 집회'로 기재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소사실과 같이 전장연 회원들이 도로를 점거했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 2항에 따라 교통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우려 등을 근거로 해산을 명령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이 수사보고에 적은 '미신고 집회'라는 사유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회 신고 범위의 현저한 일탈이나 조건의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고 볼만한 장면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타인의 법익, 공공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이 전장연 회원들을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같은 집회 단체로 판단한 정황도 문제 삼았다.

앞서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교차로를 점거하면서 해당 구간을 지나야 했던 전장연 회원들의 행진이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경찰이 이들을 하나의 집회 단체로 간주해 한꺼번에 이격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두 집회가 합쳐졌다는 검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경찰이 해산명령을 두 차례만 내린 점 역시 적법 절차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집시법 시행령은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자진 해산을 요청한 뒤 3회 이상 해산명령을 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직접 해산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어느 모로 보나 A씨, B씨 등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적법 절차와 정당한 근거로 해산 명령을 하면서 정당한 해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해산명령이 위법한 이상 A씨가 경찰관을 밀친 행위는 타인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피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