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용융자 52% 급증…SK하이닉스도 25% 늘어
美 레버리지 상품 결제액 8.9% 증가…반도체 3배 상품 집중
국내선 빚투·해외선 레버리지 투자로…규제 '풍선효과' 우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행태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규제 이후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신용융자가 빠르게 늘었고, 해외에서는 미국 반도체 레버리지 ETF 등에 투자금이 몰리면서다.
이에 시장에서는 특정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레버리지 투자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코스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신규 신용융자 수량은 지난달 248만7364주에서 이달 1~14일 378만8924주로 52.3%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52만6625주에서 66만707주로 25.5% 늘었다.
신용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금융당국의 규제 직전인 지난달 20~30일 삼성전자의 평균 신용공여율은 9.12%였지만 이달 들어 12.7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10.06%에서 12.28%로 높아졌다.
특히 규제가 실제 거래에 반영되기 시작한 시점과 신용거래 증가 시점이 겹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는 개인투자자에게 현금 3000만 원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하고, 주식이나 ETF, 채권 등 대용증권은 기본예탁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
규제 시행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하루 합산 거래대금은 규제 직전인 지난달 30일 12조4485억 원에서 이달 7일 8452억 원으로 93.2% 감소했다.
반면 거래가 반영된 이달 4일 삼성전자의 신규 신용융자는 810만 주까지 불어 최근 20거래일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날 신규 신용융자가 97만8000주에 달했다.
겉으로는 금융당국의 규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레버리지 ETF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가 늘면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높은 수익을 노리던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활용해 현물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투자 수단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레버리지 투자 열풍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진입 요건이 높아진 가운데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 레버리지 ETF로 눈을 돌리는 개인투자자들도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18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상위 50종목 결제액은 160억181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의 결제액은 69억4973만 달러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변화는 뚜렷하다. 미국 주식 상위 50종목의 전체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81억4490만 달러에서 올해 160억1810만 달러로 11.7% 감소했다. 반면 레버리지 상품 결제액은 63억8265만 달러에서 69억4973만 달러로 8.9% 증가했다. 미국 주식 상위 종목의 결제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거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가장 많은 자금이 향한 곳은 반도체 지수를 1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스(SOXL)'로 결제액은 53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레버리지 상품 전체 결제액의 76% 이상이 SOXL에 집중됐다.
나스닥100지수의 움직임을 3배로 따라가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와 2배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QLD)'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 국내에서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에 집중했던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테마를 선택하면서 레버리지까지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자체를 낮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현물 신용거래가 늘고 해외에서는 레버리지 ETF 거래가 확대되는 등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다른 경로를 찾고 있어서다.
한편 금융당국은 전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새로 투자하려는 개인에게 기존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에 더해 모의거래까지 요구하는 등 진입 장벽을 한층 높였다. 최소 5거래일 동안 하루 1시간 이상, 총 5시간의 모의거래를 완료해야 신규 투자가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가 시행된 이후 투자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을 직접 규제하면 당장 해당 상품의 거래는 감소할 수 있지만 레버리지에 대한 투자 수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용융자나 해외 상품 등 다른 투자 수단으로 자금이 이동하는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