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장 초반 하이닉스 8%·삼성전자 4% 강세
하이닉스 40조원 자사주 매입·전량 소각 결정 영향
국채금리 발목 잡힌 반도체 주가 반등세 지속 주목
SK하이닉스가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가운데 역대 최대인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이달 중 대규모 주주환원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국채금리 급등에 흔들린 반도체 투자심리가 주주환원을 발판으로 되살아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4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8.13% 상승한 162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도 4.44% 상승한 25만85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SK하이닉스의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공시가 나온 뒤 시간외에서 동반 급등한 흐름이 이날 정규장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9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407만주를 장내 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금액은 40조43억원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3.3%에 해당한다. 취득 기간은 오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3개월이다. 지난 2월 12조원 규모 소각에 이은 것이라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한층 커졌다.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했다.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환원 기준을 기존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상향하고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기로 했다. 특별배당 등 배당 확대도 검토한다. 구체적 규모와 방식은 3분기 실적 발표 시점인 오는 10월 말 공개할 예정이다.
대규모 환원의 배경에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급증한 현금창출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2분기 말 순현금은 69조4000억원까지 불었다. 소각 물량 2407만주는 지난달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때 발행한 신주 1779만주를 웃돌아 지분 희석 우려도 함께 해소했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자사주 매입 규모는 SK하이닉스가 시장에 보내는 강력한 신호"라며 "투자자들이 요구해온 조치에 부응하는 동시에 늘어난 현금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도 주주환원 초읽기…반도체 강세 이끌까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기대는 곧바로 삼성전자로 옮겨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중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FCF의 50%를 환원하는 현행 3개년(2024~2026년) 정책을 이행하는 동시에 재투자와 주주환원 간 균형을 맞춘 새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내놓을 환원 규모를 SK하이닉스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KB증권은 새 정책을 통한 환원 규모가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9조8000억원의 10배가 넘는 수준으로, 현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이 7%를 웃돌 것이란 계산이다.
이날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의 3개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주주환원 정책의 경우 특별배당 규모가 최소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대규모 주주환원은 삼성전자 기업가치 상승뿐 아니라 코스피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의 재평가를 이끄는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0년 이후 과거 25년간 삼성전자 주가가 고점 대비 40% 이상 급락한 경우는 2008년(-47%), 2022년(-47%), 2024년(-44%), 2026년(-49%)으로 총 네 차례"라며 "과거 세 차례의 40% 이상 주가 급락 사례를 살펴보면 저점 형성 이후 1·3·6개월 후 주가는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2013년 이후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자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해 고배당주로 변신했고, 잉여현금 대비 주주환원 비율이 평균 121%까지 오른 2019~2021년 주가가 3년간 201% 급등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주가 할인율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외국인 보유 비율이 급락했다는 점에서 지수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성장주에서 고배당주로 확실한 이미지 변화가 나타나야 지수 반등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주환원은 외국인 자금을 붙잡을 열쇠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저점 이후 코스피 반등을 이끈 주체가 외국인인 만큼 이들 자금이 대형주로 계속 유입되려면 시장 눈높이를 충족할 주주환원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배경에는 미국 경쟁사들의 행보가 있다. 마이크론은 2027년부터 초과현금의 100%를 환원하겠다고 밝혔고 샌디스크도 이달 초과현금 100% 환원 원칙을 제시했다.
다만 주주환원만으로 증시가 방향을 틀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낙관론의 근거는 반도체 업황 자체가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말 이후 국내 반도체주 급락을 두고 "사이클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하락"이라며 삼성전자 목표주가 56만원 SK하이닉스 320만원을 유지했다. 장기공급계약(LTA) 확산으로 이익 저점이 높아지고 서버 D램 수요가 2027년 50% 이상 늘어 공급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채금리는 반등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전날 코스피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 여파에 5.80% 급락한 6471.17에 마감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간밤 장중 5.33%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여파다. 자금 조달 여부가 주가를 좌우하는 반도체 기업이 직격탄을 맞아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급락했다. 여기에 중동 정세와 미국 관세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결국 반도체 대형주의 주주환원이 국채금리발 변동성을 딛고 증시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엔비디아 실적을 통해 반도체 업황 불안이 완화되거나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국채금리 변화와 중동 정세 미국 관세 등 주변 여건에 따른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