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우정본부만 믿고 수십억 투자했는데"…스마트우편함 업체 공익감사 청구

입력 2026-08-19 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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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령에 따른 기술기준 몇달 만에 완화"…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바코드 리더기 빠지면 국민 안전·배달 증명 훼손"

스마트우편함. 브이컴 제공
스마트우편함. 브이컴 제공

스마트우편함 개발업체 브이컴이 우정사업본부(우본)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한 스마트우편함 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국가 정책사업을 믿고 수십억원을 들여 기술을 개발했지만 상용화 직전 핵심 기술기준이 완화됐고, 이후 해당 기능을 갖추지 않은 제품에 공급 물량이 집중됐다는 주장이다.

19일 브이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감사원에 우본과 LH의 스마트우편함 사업 전반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대상에는 ▷2018년 스마트우편함 시방서 변경 경위 ▷우편법 시행령에 따른 등기 배달 확인 기능 준수 여부 ▷LH 제품 선정과 현장 점검 과정 ▷특정 업체 물량 집중 경위 ▷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 의견 이행 여부 등이 포함됐다.

스마트우편함이란 우편물 분실 위험 없이 비대면 배달이 가능하도록 전자잠금장치를 부착하고, 메시지 등을 통해 알림서비스를 제공하는 우편수취함을 일컫는다. 우편법에 따르면 일반 무인우편함과 달리, 사용자에게 배달 확인이 가능한 증명자료를 제공할 시 등기 우편물도 비대면 배달이 가능하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등기우편의 비대면 배달을 입증하는 기능을 스마트우편함의 필수 요건으로 볼 것인지에 있다.

우본은 2018년 6월 스마트우편함 관련 시방서(공사 표준안과 규정을 설명한 문서)를 마련했다. 당시엔 등기우편물 번호를 인식하고 투입·수취 내역을 남길 수 있는 바코드 리더기 등 배달 확인 기능이 시방서 필수사항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뒤, 시방서가 변경되면서 이 기능은 필수사항에서 권장사항으로 완화됐다.

업체 측은 등기번호를 인식하는 바코드 리더기가 스마트우편함의 핵심 장치라고 주장한다.

브이컴 관계자는 "바코드 리더기가 장착돼야만 해당 세대 우편물의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며 "등기 배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무인택배함을 스마트우편함으로 둔갑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기준의 모호성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한 차례 지적됐다.

권익위는 2024년 스마트우편함 제도와 관련한 의견표명을 통해 관련 지침상 스마트우편함의 용어와 기능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비대면 등기배달에 필요한 '배달 확인이 가능한 증명자료 제공 기능'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시방서 변경 이후 LH가 발주한 스마트우편함 물량이 특정 업체에 집중됐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바코드 리더기가 없는 H사 제품은 2024년 3월 기준 LH 분양주택 51개 단지에 공급돼 전체 물량의 약 80%를 차지했다. 반면 브이컴 제품의 점유율은 14.7%에 그쳤다.

H사 제품이 설치된 경기 성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보안 문제도 제기됐다. 브이컴 측은 별도의 사용자 인증 없이 휴대전화 번호 입력만으로 우편함을 열 수 있고, 등기번호를 토대로 배달 증명자료를 남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지 관리사무소가 입주민들에게 다른 사람의 우편물에 손대지 말라는 안내문을 게시한 사례도 있었다.

브이컴은 정부기관을 믿고 사업에 참여한 뒤 기준 변경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브이컴은 2016년 10월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 11월에는 우정사업본부·LH와 스마트우편함 보급을 위한 3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약 3년 동안 35억원을 투입해 2018년 말 제품 개발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허윤식 브이컴 대표는 이번 감사 청구가 특정 기업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 안전과 편의를 위해 법령과 시행규칙을 고치고 전국 현장에 적용한 국가 정책사업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도 당초 취지와 기준에 맞게 운영됐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허 대표는 "대통령령에 따른 핵심 기술기준을 불과 몇 달 만에 달리 적용하면서 제도의 취지가 흐려졌다"며 "결국 현장에서는 등기우편 배달 확인과 보안 문제 등 국민이 직접 겪는 불편으로 이어졌다. 이번 감사는 기술규격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약속한 제도가 원칙대로 운영됐는지를 따져달라"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