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살아남는 '들풀'에서 발견한 삶의 태도…최근희 '푸름은 말이 없다'

입력 2026-08-18 16: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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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까지 청도 갤러리 청담

최근희, 서양민들레(Common dandelion), 2024, Digital inkjet print, 60.9x60.9cm, ed.15 001
최근희, 서양민들레(Common dandelion), 2024, Digital inkjet print, 60.9x60.9cm, ed.15 001
최근희, 광대나물(Henbit deadnettle), 2024, Digital inkjet print, 127x101.6cm, ed.10
최근희, 광대나물(Henbit deadnettle), 2024, Digital inkjet print, 127x101.6cm, ed.10
최근희, 가는잎왕고들빼기(Slender-leaf Indian lettuce), 2026, Digital inkjet print, 127x101.6cm, ed.10
최근희, 가는잎왕고들빼기(Slender-leaf Indian lettuce), 2026, Digital inkjet print, 127x101.6cm, ed.10

매번 오가며 무심코 지나쳤던 잡초들. 최근희 작가는 어느 날 문득 그 들풀에, 잡풀에 눈길이 갔다.

"이름이 없지는 않을 것인데도 이름 없이 살아가는 들풀이, 밟히는 줄도 모르고 터를 잡고 살아가는 잡풀이 꼭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들의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주기로 했고, 살아가는 방식을 알아보기로 했다. 잡풀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찾아주는 것이자, 동시에 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갖기 위함이었다."(작가노트 중)

온통 푸른색인 그의 작품은 고전 사진기법인 시아노 타입(Cyano-type)을 떠올리게 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는 식물을 직접 채집한 뒤 압착 건조해 직접 염색을 하고, 그것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반전시켰다.

작가는 "구연산 철암모늄과 적혈염의 혼합액을 햇빛이나 자외선으로 감광시켜 청색으로 발색시키는 시아노 타입은 독특한 물질성과 매체적 특성을 바탕으로 고유성을 지니지만, 보존성의 한계나 표현 가능성의 제한, 공정의 비효율성, 대형화의 어려움 등 여러 제약도 함께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한계를 디지털로 재해석해 현대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아날로그 기법과 디지털을 함께 활용하되 선택과 배제, 프레이밍, 재현의 자의성, 시간성 등 사진적 표현 가능성을 다시 탐구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가는잎왕고들빼기, 광대나물, 돌단풍, 박주가리 등 생소한 이름의 들풀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잘려나도 다시 자라는 들풀을 통해, 우리는 말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삶을 이어나가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최근희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청담.
최근희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청담.
최근희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청담.
최근희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청담.
최근희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청담.
최근희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청담.

전시장 한 켠에서는 그의 설치 작품 '쑥'도 볼 수 있다. 야생에서 자란 쑥을 건조시킨 뒤 파란색으로 염색해, 흰 소금 위에 심어뒀다.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는 잡초와 정화(淨化), 치유의 의미를 담은 쑥, 소금이 한 공간에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이번 작업은 들풀의 생태를 기록하는 작업인 동시에, 삶을 지속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며 "화려하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들, 쉽게 지나치지만 끝내 살아남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최근희 작가의 사진전 '푸름은 말이 없다'는 9월 13일까지 갤러리 청담(경북 청도군 화양읍 연지안길 36)의 스페이스C2에서 열린다. 월, 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