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8년 전면 시행 추진…조직·인력 이관 방식 놓고 2개안 검토
"생활치안은 지역으로"…순환인사·예방치안 등 상충 해법 필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한층 커진 가운데 정부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인력을 분리하는 이원화 개편을 추진하면서 경찰 조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주민 밀착형 치안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순환보직 확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자치경찰제가 사무만 구분한 채 실제 조직과 인력은 국가경찰에 남아 있는 '형식적 분리'에 그치고 있다며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국가·자치경찰 이원화…대구 경찰 절반 자치경찰
16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자치경찰제 개편안을 마련하고 2027년 일부 시·도를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뒤 2028년 전면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자치경찰 제도개선 범정부협의체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권한과 조직을 실제로 나누는 이원화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범죄예방·여성청소년·교통 분야와 지구대·파출소 등을 시·도로 이관하는 '부분 이원화'와 시·도경찰청 이하 조직을 모두 자치경찰로 전환하고 국가경찰 업무만 별도로 분리하는 '전면 이원화'다.
이중구 대구자치경찰위원장은 대구를 기준으로 부분 이원화가 이뤄질 경우 전체 경찰 인력의 약 53%인 3천200명가량이 자치경찰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 이원화 방식에서는 전체 인력의 약 92%인 5천300~5천500명가량이 자치경찰로 전환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구대와 파출소의 소속 전환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지구대와 파출소는 현재 국가경찰 소속이지만 실제 업무는 생활안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자치경찰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자치경찰의 주요 업무가 범죄예방과 교통, 여성·청소년, 경비 등 생활치안인 만큼 지역 주민의 수요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조직과 인력까지 함께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지역 유착 방지' 순환보직…현장 경찰 반발
자치경찰 완전 이원화를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인사와 순환근무 방식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을 계기로 특정 관서에 장기간 근무하는 경찰관과 지역사회 사이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인사부터 각 시·도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타 지역 출신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역 유착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경찰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있다. 특히 경찰의 수사 권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와 경찰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차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지역에 오래 근무하는 것 자체를 유착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 경찰관은 "자치경찰의 핵심은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경찰관을 계속 다른 지역으로 보내면 주민 밀착형 치안이 가능하겠느냐"며 "유착 방지와 지역 전문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경찰 관계자도 "경북은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고 농·산·어촌과 관광지, 산업단지 등 치안 수요가 매우 다양하다"며 "지역 상황을 잘 아는 경찰관을 활용해야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의 지역 전문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분석도 있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최근 순환근무가 잦은 고위직 경찰관의 징계율이 지역에 장기간 근무하는 하위직 경찰관보다 높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 "조직만 나누면 또 다른 형식적 자치경찰"
현재 자치경찰제가 사무만 구분한 채 실제 경찰 조직과 인력은 국가경찰 체계에 남아 있다는 점도 개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자치경찰제를 국가경찰이 자치경찰 사무를 대신 수행하는 과도기적 형태로 평가했다. 허 교수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활치안은 자치경찰이 맡고 국가경찰은 수사나 대규모 재난·집회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경찰청은 자치경찰 확대 과정에서 시·도지사의 개별 사건 지휘를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 공개·서면 방식으로만 지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치경찰본부장에게 이의신청권을 부여하고 국가적 사안이나 중요 사건은 국가가 직접 지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위원회에 실질적인 인사권과 권한을 부여하고 지구대와 파출소를 공동체 치안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조직을 단순히 쪼개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선제적 순찰과 지역 위험 요소를 미리 관리하는 예방치안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