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와 학업 성적 상관관계 다룬 연구 잇따라 나와
폴더폰·시간 관리 앱·관리형 독서실 이용 등 수험생 안간힘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친 지 20분. 고3 현지 양은 그새를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잠깐 메시지만 확인하려던 것이 어느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숏츠와 유튜브 알고리즘의 늪으로 이어진다. 정신을 차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수능을 100일 앞둔 수험생들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집중력을 빼앗는 가장 가까운 '유혹'이 됐다. 폴더폰으로 바꾸거나 앱 사용을 차단하고, 공부하는 동안 휴대전화를 맡기는 등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마지막 3개월을 온전히 공부에 쏟기 위해 스마트폰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미디어 줄이자 학업 성적 상승
디지털 기기 사용과 학업 성취도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입시업체 진학사는 최근 지난 2월 9일부터 3월 2일까지 2026학년도 수능에서 성적이 상승한 재수생 8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는 '미디어를 최소한으로 사용했다'고 답했고, 12.6%는 '완전히 차단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며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셈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공부법은 앞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아들 임동현 군이 서울대 합격 후기를 전하며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임 군은 입시학원 특강에서 "내신 관리와 수능 대비를 위해 3년간 스마트폰과 게임을 완전히 단절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며 "디지털 기기 제한이 집중력과 몰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일찍 접할수록 학교 성적이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게재된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 마르코 구이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SNS를 시작한 학생들은 중·고교 진학 후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북부 28개 학교 학생 5천227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조사한 뒤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INVALSI) 성적을 결합해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11~12세(6학년)에 SNS 계정을 만든 학생은 15세(9학년) 이후 계정을 만든 학생보다 8학년 이탈리아어 점수가 0.22표준편차(SD), 수학은 0.18SD 낮았다. 0.2SD 이상의 차이는 약 6개월의 학습 성과 격차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때문에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줄었다기보다 공부하는 도중 알림이나 콘텐츠 확인으로 집중력이 수시로 끊긴 점이 성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인지적으로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면서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형성되고, 이는 학업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학부모 '미디어 차단' 안간힘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도 대입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학습에 몰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고 거래를 통해 문자와 전화만 가능한 '구형 폴더폰'을 사거나 이른바 '공신폰'을 구매하는 사례도 있다. 공신폰은 '공부의 신'의 줄임말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소프트웨어적 조치를 가해 인터넷 접속과 앱 설치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제품이다.
지역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전화랑 문자만 되는 휴대폰 어디서 살 수 있나요", "고등학생 자녀 공신폰 사주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고1인데 스마트폰을 끌어안고 살아서 공신폰으로 바꿔주고 싶어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이현정(53) 씨는 "연락만 되고 데이터는 사용할 수 없는 공신폰을 파는 온라인 사이트가 따로 있다"며 "어른도 스마트폰을 조절하기 힘든데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자녀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패밀리링크'·'모바일펜스' 등의 앱을 통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열공메이트' 등 미리 설정해 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의 다른 앱 사용을 제한해 학습 몰입도를 높이는 앱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학기 중이나 방학 기간 동안 학습관에 입실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관리형 독서실'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매 교시 관리자가 휴대전화 제출 여부를 확인하고, 급한 연락 확인이나 온라인 강의 인증 등 정당한 사유로 휴대전화를 소지해야 할 경우에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장대호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3년 전부터 자습실에서 스마트폰을 일괄적으로 수거하기 시작했다"며 "요즘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습관적으로 계속 스마트폰을 보는 경향이 있어 수거한 이후 학생들의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이 확실히 체감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