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윤정현] 국립대 등록금 '0원' 논의, 지역대학 상생의 길로 가야

입력 2026-08-20 11:31:57 수정 2026-08-20 11: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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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지방 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전액 수준 장학금 지원 방안은 교육비 부담을 덜고 지역인재의 정착을 돕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고등교육 정책은 단순히 한 유형의 대학 등록금을 낮추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의 인재 양성, 대학의 재정 지속가능성, 산업 경쟁력, 그리고 국·사립대가 함께 구성해 온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의 균형까지 고려하는 중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사립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전체 대학 가운데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1%이며, 재학생 수 기준으로도 사립대는 국·공립대보다 훨씬 많은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등 사립대학은 오랜 기간 지역 청년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모빌리티·로봇·바이오·IT 등 지역 주력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 왔다. 지역 청년의 수도권 유출을 완화하고 지역사회와 산업을 연결하는 역할 역시 결코 작지 않다.

대학 운영은 강의실과 인건비 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첨단 연구·실습 장비, 디지털 교육 인프라, 실험실 안전관리, 노후 시설 보수, 학생지원 체계, 산학협력 기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여건 악화 속에서 지역대학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더욱이 등록금 지원 정책은 학생 개인의 부담을 낮추는 효과와 함께, 대학 간 경쟁 조건을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지역대학의 경쟁력은 등록금 수준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양질의 교육과정, 안정적인 교수·연구 인력, 현장실습과 취업 연계, 산·학협력, 기숙사와 생활환경, 그리고 졸업 후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더라도 지역 내 일자리와 주거, 문화·의료 등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년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는 대학 지원을 단순한 학비 보조에 한정하지 말고, 대학·기업·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혁신 체계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복지 확대가 일회성 혜택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 국립대에만 등록금 전액 수준의 장학금을 제공하는 정책은 신중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2026년 기준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23만 원, 국·공립대는 425만 원으로 이미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 학생의 실질 등록금 부담까지 '0원'에 가까워질 경우, 학생의 대학 선택이 교육과정·진로·지역산업 연계성보다 학비 격차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역 사립대의 신입생 모집과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고등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물론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정주를 유도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지원의 방식이다. 특정 설립 유형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방식보다, 지역에서 공부하고 취업하며 정주하려는 학생을 폭넓게 지원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 예컨대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된 학과, 지역기업 취업 및 정주 조건, 산·학협력 참여, 지역혁신 프로젝트 수행 등을 기준으로 국·사립대 학생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지역인재 성장 장학금'을 설계할 수 있다.

지자체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 사립대가 보유한 연구 역량과 인재 양성 인프라를 지역 전략산업과 연결하고, 대학·기업·지자체가 공동으로 교육과정과 일자리 모델을 만드는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학 역시 산업 수요에 맞춘 교육혁신과 특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성과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고등교육은 단년도 예산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기반 투자다. 지방 국립대 지원이 지역대학 전체의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해야지, 국·사립대 간 새로운 격차를 키우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립대만의 무상화'가 아니라, 국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산업을 살리는 지역 중심 고등교육 상생 생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