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 연루 사건 117건…'장윤기 사건' 터지자 뒤늦게 전수조사

입력 2026-08-09 07: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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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인 사건 45건…9월부터 타 관서 이송 '상피제' 시행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 연합뉴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 연합뉴스

현직 경찰관의 가족이 피의자나 피혐의자로 연루된 사건이 전국에서 4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그동안 경찰관 가족이 사건 관계인인 경우를 별도로 파악하거나 관리하는 체계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다른 경찰관서에서 수사하도록 하는 '상피제'(相避制)를 다음 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관련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다가 논란이 불거진 뒤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뒷북 대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전국을 대상으로 경찰관 가족 관련 사건을 전수조사해 모두 117건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상피제 적용 대상과 신고 절차, 사건 이송 기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117건의 구체적인 유형도 처음 공개됐다. 사건 관계인의 지위를 보면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인 사건은 45건이었다. 피해자·고소·고발·진정인으로 사건에 연루된 경우는 72건으로 집계됐다.

가족 관계별로는 ▷배우자 33건 ▷직계존속 47건 ▷직계비속 37건이었다.

사건 대부분은 지역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일선 경찰서가 담당하고 있었다. 전체 117건 가운데 111건이 일선 경찰서에 배당됐고, 시도 경찰청이 맡은 사건은 6건에 그쳤다.

경찰이 감찰 조사까지 벌인 사례는 단 1건이었다. 해당 경찰관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사건을 직접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사건 가운데 44건은 이미 다른 경찰관서로 이송됐거나 이송될 예정이고, 15건은 이송 여부를 추가 검토하고 있다. 종결됐거나 종결 단계에 있는 사건은 32건이었다.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송하지 않은 사건도 26건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경찰이 그동안 경찰관 친족이 사건 관계인으로 포함된 사례를 별도로 축적하거나 관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본인이나 친족 또는 지인 관련 사건을 처리하거나 개입해 감찰받은 사례'를 묻는 자료 요구에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자료"라고 답했다.

결국 경찰관 가족이 사건에 연루되더라도 담당 경찰관이 스스로 제척·회피를 신청하지 않거나 사건 관리 과정에서 별도로 걸러내지 못하면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실제 경찰의 제척·회피 건수는 2020년 9건에서 2021년 35건으로 늘었다가 2022년 18건을 기록했다. 이후 2023년에는 한 건도 없었고, 2024년 5건, 2025년 3건, 올해 상반기 7건에 그쳤다.

최근 6년 6개월 동안 제척·회피가 이뤄진 사례는 모두 77건이다. 이번에 경찰관 가족 사건만 따로 들여다본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117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찰 현원이 약 14만5천명에 달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기존 제척·회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사전에 확인한 뒤 다른 경찰관서로 넘기는 상피제를 오는 9월 초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우선 경찰 내부 지침을 통해 제도를 운영한 뒤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피제 도입과 관련해 적용 대상과 신고 절차, 이송 기준 등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