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교단 지킨 초등교사,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났다

입력 2026-07-30 12: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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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와 간, 신장 양측 기증한 천사…뼈·혈관 등 인체조직도 기증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기증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이승희(63) 씨가 생전 작성한 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기증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이승희(63) 씨가 생전 작성한 시 '꿈'.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30년간 교단을 지켰던 60대 여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기증하며 4명을 살린 뒤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일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이승희(63) 씨가 폐와 간, 신장 양측을 기증하며 4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는 뼈와 혈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같은 달 5일 새벽 심한 두통을 호소하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유족에 따르면 생전 이 씨는 사후에도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시신의 기증을 희망했다고 한다. 동시에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여러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 씨는 30여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을 지켰다. 제자들에게는 작고 평범한 것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도록 가르친 스승이었다.

평소 책을 좋아했으며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를 즐겼다.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아 첫 담임을 맡았을 때부터 학생들의 글과 학교생활을 담은 여러 책도 펴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나 자연을 좋아했던 이 씨는 산골 마을에 집을 짓고 지냈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짓고, 일회용품과 세제 사용을 줄이는 등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이어갔다.

이 씨의 지인은 고인에 대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늘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아온 존경할 만한 친구였다"며 "갑작스러운 이별이 믿기지 않아 조금만 더 슬퍼할게. 요즘 네가 쓴 글을 읽으며 지내고 있어. 내 친구로 와줘서 정말 고맙고 영광이었어.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평생 배움을 나누고 작고 평범한 것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온 이승희 님은 마지막 순간 생명나눔을 통해 타인들에게 삶을 이어갈 기회를 남겼다"며 "고인의 뜻을 헤아려 기증에 동의해 주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