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 코스피는 29일 5,600선, 코스닥은 660선으로 내려앉았다. 양대 시장에서는 전날에 이어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증시 역사상 이틀 연속 동시에 서킷브레이커 작동은 처음이다. 한국형 공포지수(VKOSPI)도 83선까지 치솟았다. 이번 폭락은 기업 실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84조원, 영업이익 64조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AI 인프라 투자가 내년 이후에도 견조(堅調)하며, HBM4 물량 확대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도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증시는 실적 발표 이후에도 급락했다. 시장이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훨씬 민감하다는 뜻이다. 주가에 선반영된 기대를 뛰어넘지 못한 실적은 호재(好材)가 될 수 없다. 증시 폭락과 관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I 혁명은 진짜"라며 시장이 AI 혁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시장 변동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책실장이 확신을 주문한다고 해서 미래 불확실성이 사라지진 않는다. AI 투자가 지속될지, 기업 설비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될지, 한국 기업이 중국의 추격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지를 걱정하는 시장의 불안을 단순히 '확신 부족'이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면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정부가 할 일은 주가 하락을 막는 단기 처방이 아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국 증시의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는 장기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레버리지 ETF, 공매도, 고빈도(高頻度) 거래 등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제도적 원인도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고 증시 불확실성이 사라지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