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으니까 건강한 거겠지."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 믿음 때문에 질병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대형견 '쭈리'도 그랬다. 몸무게 30kg의 건장한 체격에 성격이 워낙 예민해 예방접종 외에는 병원을 거의 찾지 않았다. 가족들은 식욕만 좋으면 건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부터 쭈리가 사료를 잘 먹지 않자 보호자는 간식을 늘리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워주고, 나중에는 전복까지 준비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다시 잘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몸무게가 10kg이나 감소한 뒤였다. 검사 결과는 말기 신부전이었다. 이미 신장 기능이 대부분 소실된 상태여서 치료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조금만 더 일찍 검진을 받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반려동물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오히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한 모습을 감추려는 본능 때문에 몸이 아파도 평소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장과 간은 사람에게도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데, 개와 고양이 역시 장기 기능이 상당 부분 손상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보호자가 '요즘 이상하다'고 느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나이를 먹는다. 개와 고양이의 1년은 사람의 4~7년에 해당한다. 사람은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아도 큰 변화를 놓치지 않을 수 있지만, 반려동물에게는 그 1년이 몇 년의 시간과 같다.
그래서 성견과 성묘는 1년에 한 번, 7세 이상 노령 반려동물은 6개월마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이 짧은 차이가 질병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정적인 차이가 되기도 한다.
검진을 미루는 보호자들도 많다. 비용이 부담되거나 병원 방문 자체가 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환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방법의 선택지가 넓고 예후도 좋다. 결과적으로 치료비와 반려동물이 겪는 고통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역시 조기 검진이다.
병원 방문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내원 전 긴장을 완화하는 약물을 활용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건강관리는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지, 체중이 조금씩 줄지는 않는지, 걸음걸이나 활동량에 변화는 없는지 관심을 갖고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다. 여기에 정기적인 신체검사와 혈액검사를 더한다면 많은 질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할 수 있다.
반려동물은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 침묵을 대신 읽어주는 것은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사랑은 맛있는 음식을 더 챙겨주는 것만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질병을 발견해 오래 건강하게 함께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상호 이끌림동물병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