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원통형 증발기로 기존 기술 능가하는 물생산 확인…태양 없는 밤에도 작동
나무판을 김밥처럼 둥글게 말아 태양이 없는 밤에도 마르지 않는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는 담수화 기술이 개발돼 산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이나 재난 현장에서 밤낮없이 물을 구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담수화가 가진 단점에서 기술의 실마리를 찾았다. 담수화는 검은 소재가 햇빛을 흡수해 해수를 데워 소금기는 빼고 수증기를 남겨 물로 응축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해 증발기를 쌓아올려 증발 면적을 넓히면 물을 꼭대기까지 끌어올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원목을 종이처럼 얇게 깎은 나무판을 김밥처럼 돌돌 마는 방식으로 원통형 증발기를 제작했다. 나무를 말면 층과 층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데, 물이 이 틈을 타고 증발기의 꼭대기까지 손쉽게 올라가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 구조는 증발하고 남은 소금기 역시 통로를 따라 다시 바닷물 쪽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소금 결정체가 통로를 막는 일도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통로가 좁을수록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물이 더 잘 빨려 올라갈 것이라는 상식과 달리, 실제로는 통로가 어느 정도 넓어야 물도 잘 오르고 소금도 잘 녹아 빠져나간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 밝혀졌다.
연구팀이 만든 높이 40cm 원통형 증발기는 태양광 1개 조건(맑은 날 정오 햇빛 세기)에서 기존 증발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인 시간당 35.8kg/㎡의 물을 증발시켰다.
더 놀라운 건 밤에도 증발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통 모양 긴 옆면이 마치 라디에이터처럼 주변에 있는 열을 흡수해, 해가 없어도 그 열을 이용해 물을 계속 수증기로 만들었다. 또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에서도 낮 동안 표면에 쌓였던 소금이 밤사이 자연스럽게 다시 녹아 사라지는 '자가 염 제거'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야외에서의 실험에서도 생산된 물은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을 충족했고, 이 물로 보리를 직접 키우는데도 성공했다.
전상민 교수는 "태양광을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가 아닌 구조 자체를 바꿔 주변의 열까지 적극 끌어다 쓰는 새로운 접근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간단한 목재 구조만으로 하루 종일 안정적으로 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물 부족 지역을 위한 차세대 친환경 담수화 기술의 실용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