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어"…청년 취업자들 '무력감'만 가득

입력 2026-07-19 13:44:59 수정 2026-07-19 19: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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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 44개월째 감소…취업난 넘어 '미스매치'·상대적 박탈감 심화
"청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와 노동의 가치 회복이 우선"

17일 대구 엑스코에서
17일 대구 엑스코에서 '2026 원스톱기업지원박람회' 부대 행사로 열린 취업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근 일하던 옷가게가 적자를 면치못하고 정리되면서 저도 '쉬었음 청년'이 될 예정입니다. 두어달 밀린 월급도 못받고, 다른 곳 취업 준비도 어려운 상황입니다."(대구 북구 34살 청년)

"이력서를 수십 군데 넣었지만 연락 오는 곳은 거의 없어요. 겨우 연락이 와도 월급이나 근무환경을 보면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대구 달서구 28살 대졸생)

지역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절규하고 있다.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수도권으로 떠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등 일자리 난민인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제자리걸음이다.

청년들의 절규는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19일 고용동향(6월 기준)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7천 명 감소하며 44개월 연속 줄었다. 청년 고용률도 2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학생 이모(24) 씨는 "예전에는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쉽게 구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어렵다"며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단기 일자리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박모(27) 씨도 "기업들은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갖춘 일자리는 많지 않다"며 "중소기업에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오래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지역 청년들은 단순한 일자리 부족보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원하는 일자리는 부족하고,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청년들은 취업을 미루거나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최모(29) 씨는 "대기업과 공기업 문은 좁고, 중소기업은 급여와 복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직장이 적다 보니 결국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취업난이 길어질수록 청년들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있다.

직장인 정모(30) 씨는 "주변에서는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린다"며 "몇 년을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성실하게 일하는 것보다 주식이나 코인으로 투자하는 게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SNS를 보면 또래들은 해외여행을 다니고, 성공한 모습만 보인다"며 "열심히 일해도 따라갈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수록 노동의 가치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청년 눈높이와 노동시장 사이의 미스매치라고 진단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 고용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과거처럼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진 상황에서 청년들은 노동보다 자산 투자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임금뿐 아니라 복지와 근무환경을 개선해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공공부문 역시 청년 채용 확대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노동을 통해 자립하고 성공한 청년들의 사례를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조명해야 청년들에게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