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경제학박사)
지난 7월 14일 미국 뉴욕주지사 캐시 호컬(Kathy Hochul)이 뉴욕주에 건설 중인 모든 데이터 센터의 건설을 1년간 유예시키는 행정명령을 서명, 발표했다.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유예조치의 명분을 살펴보자. 데이터 센터 급증으로 인한 전력망 과부하, 주민 전기요금 인상, 환경 파괴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공공 규제 요구가 거세졌다는 게 유예조치의 명분이었다.
조지아와 애리조나주 등 미국 내 다수의 주정부에서 데이터센터 거부·유예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뉴욕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전력망(Grid) 과부하 문제를 지적한다. 기존 발전 및 송전 인프라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수자원 및 환경 문제도 거론된다. 가뭄 지역의 용수 고갈 및 비상 발전기 대기 오염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다. 주민 반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형 송전탑 건설, 소음, 주거 환경 저해 및 세수 대비 실질 고용 창출 효과 부족 등을 언급한다. 이러한 파장은 반도체 수요를 창출하는 AI 산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마치 고속도로를 달릴 때 나들목 병목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점에 마닥뜨리는 것과 같다.
7월 27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창신메모리(CXMT)가 상해 증시에 상장됐다. 창신메모리는 그동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등 3개 사가 독점해 온 빠른 성장세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양쯔메모리와 함께 도전장을 내밀었다. 불과 10년 전 설립된 이 회사는 첫날 거래 시가총액 4,840억 달러를 기록하며 중국공상은행(ICBC)을 제치고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등극했다. 창신의 시가총액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Tencent)의 턱밑까지 바짝 추격할 정도다. 애플(Apple)조차 이 회사 제품 탑재를 검토할 정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애플 경영진은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창신 칩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백악관을 로비 중이다. 인공지능(AI) 기업들의 강력한 수요로 인해 D램(DRAM) 가격이 치솟았고,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제조업체들은 아이폰과 컴퓨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가운데 일어난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의 현주소다.
일본의 최고급 비데·위생도기 제조사 토토(Toto), 섬유 및 글라스 파이버(유리섬유)를 생산하며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고성능 글라스 파이버를 공급하는 닛토보(Nittobo), 그리고 MSG 조미료 기업으로 잘 알려진 식품회사 아지노모토(Ajinomoto)가 고성능 컴퓨터 및 데이터 센터 서버용 반도체 패키징에 필수적인 절연 재료인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대표적인 은둔형 수혜 기업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AI 관련 사업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크게 상승했다. 세 기업 모두 3월 31일 종료된 회계연도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수요와 연계된 사업 부문이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AI 붐의 파급력을 입증한 바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도체 제조업체 자체에 쏠려 있는 동안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기존 전통 산업 기반 기업들이 AI 공급망에 핵심 기술을 제공하며 시장의 승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은 일본기업에 있었다. 우리에게 이러한 소부장 기업이 있는가?
경제는 나라 재정이 중요하고, 금리가 변하고, 기업투자와 소비자물가, 고용이 움직인다. 환율은 덤이다. 증시는 나라 경제 시스템의 풍향계며 안전판의 한 축이다. 경제가 생태계인 이유는 경제정책 방향이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고용에 각각 영향을 주고 받고, 가계가 그 속에서 소득과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740조원을 다루는 CEO와 그 참모들이 정책 하나 삐끗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다. 미국을 룰을 정하고, 중국은 치고 올라오고, 일본은 저만치 앞서가는 중이다. 골프를 칠 때는 바람에 맞서지 말아야 하고, 가정이 평화로우려면 아내에 맞서지 말아야 하고, 경제의 안정을 위해선 시장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메가 경쟁시대에 시장이 어떻게 초격차로 변하는지 제대로 읽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