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 "보완수사는 피해자의 권리"
"정부가 인사권으로 수사기관 장악하는 구조부터 바꿔라" 요구도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기관 간 견제 장치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에 수사 권한이 집중되면 초동수사의 오류나 조직 내부의 과오를 걸러낼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새 기관을 만들더라도 인사권이 정치권에 종속되면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이름만 바뀐 채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정민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검사는 지난 1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주기를 맞으며-112의 침묵, 그리고 보완수사라는 최후의 보루'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부장검사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사본부와 이태원 참사,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 등에 파견돼 경찰청 단위의 대형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는 장윤기 사건과 과거 참사 수사 사례를 들어 경찰 초동수사를 외부 기관이 다시 검증할 수 있는 보완수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지휘부도 유착과 은폐를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경찰청장 대행이 해외 출장 도중 급거 귀국해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조직의 명운을 건' 수사를 지시했다"면서 "저는 이 장면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경찰청장의 모습이 강하게 겹쳐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은 500여 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기록 어디에도 경찰의 112 신고 부실 대응을 파헤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수사는 행정안전부·서울시·용산구·소방청 등 타 기관을 향했고, 현장 경찰관 2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 않았음에도 출동한 것처럼 허위 전산 입력을 했는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적용했을 뿐 허위 전산 입력에 대해선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경찰이 국무총리실에 (사고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음에도 출동했던 것처럼) 허위 보고를 해 총리실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오송 참사 직전 '강둑이 무너질 것 같다'는 신고가 있었음에도 대기 인력을 증원하지 않고 재난 상황실을 가동하지 않은 고위 경찰관들의 책임을 낱낱이 규명하고자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검사는 경찰 초동수사를 다른 기관이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하지 않은 증거와 수사팀 녹음파일 등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 부장검사는 "어느 기관도 외부의 개입 없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온전히 책임지는 경우는 없다"며 "대형 안전사고를 치안 실패의 당사자인 경찰이 독점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는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의 권리"라며 "경찰이 초동수사를 잘못하지 않았는지, 유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법률 전문가에게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권한 축소보다 인사 구조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33년간 검찰에서 근무했다는 한 검찰공무원은 지난 13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면 검찰의 권한만 없앨 것이 아니라, 왜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는지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을 통해 검사들의 임명과 핵심 보직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검찰만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절반만 보는 것"이라며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이나 중수청을 신설하더라도 정부가 기관장과 핵심 간부의 인사권을 행사하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기관 명칭만 바뀐 채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검찰을 없애고 싶다면 검찰이라는 이름부터 없앨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치권이 수사·기소기관을 인사로 장악할 수 있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며 ▷독립적인 검사인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정권 교체 직후 대규모 인사 제한 ▷중요 사건 담당 검사의 최소 보직기간 보장 ▷대통령실·법무부와 수사기관 사이 접촉 기록 공개 등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