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봤어?" 며칠 동안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연락이었다. 내가 취재했던 이승준 씨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는 이야기였다. 승준 씨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청년이다. 명문대 공대를 졸업한 뒤 공기업과 반도체 대기업 개발직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그 길을 내려와 고향 대구에서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안정적인 삶과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연락이 올 때마다 "나도 좀 유퀴즈에 불러주지"라고 농담처럼 답했다. 웃으며 넘겼지만, 속으로는 조금 안도했다. 취재 당시 내가 느꼈던 변화가,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다는 더 큰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취재를 시작할 때 품었던 걱정이 있었다. 승준 씨의 선택이 너무 특별한 사례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 한 사람의 선택을 시대의 변화로 크게 읽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취재를 이어갈수록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는 비단 승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 속에서도 용접봉을 놓지 않은 용접사 보라 씨,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손님을 돌려보내야 했던 네일아티스트 기환 씨, 공기업과 사무직을 뒤로하고 자동차 정비사가 된 세라 씨와 신원 씨. 그리고 그들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남들이 좋다는 직업보다 내가 좋아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직업은 달랐지만, 직업을 선택한 기준은 같았다. 간판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삶을, 연봉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스펙보다 자신의 만족을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늘 '왜'라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사회는 오랫동안 직업에도 '정답'이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대기업으로 가야 하고, 공기업에 들어가면 평생 다녀야 하며, 남성과 여성에게 어울리는 직업도 따로 있다고 여겼다.
그런 기준 속에서 우리는 청년을 늘 '걱정해야 할 세대'로 바라봤다. 취업난을 이야기하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했으며, 지방을 떠나는 청년들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만난 청년들은 그저 불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남들이 정한 성공보다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정답보다 스스로의 기준을 선택하고 있었다.
얼마 전 승준 씨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기사 이후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는 인사였다. 하지만 제일 고마운 마음이 든 건 마지막 한마디였다. "제가 좋아서 한 선택이라는 건 늘 확신했어요. 그래도 가끔은 '내가 잘못 온 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사가 나오고, 방송도 나가게 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보면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확신이 다시 생겼어요. 앞으로도 제가 선택한 길을 후회 없이 걸어가고 싶습니다."
결국 나도, 승준 씨도 같은 의심을 하고 있었다. 나는 취재를 시작하며, 그는 자신의 선택을 이어가며, 그리고 그 의심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 속에서 조금씩 옅어졌다.
버스 운전대를 잡은 청년은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오래 달릴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왜?" 대신 "괜찮다"고 말해 줄 차례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유퀴즈'가 아니라, 더 이상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묻지 않는 '노퀴즈'의 사회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