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파트루노 獨 카를스루에시립미술관장
대구미술관 특별 강연…MOU 맺고 협력 본격화
"연대기 중심 전시 탈피, 연구·보존 과정도 공유"
"카를스루에와 대구는 수천㎞ 떨어져 있지만, 공공미술관의 미래를 두고 우리가 마주한 고민은 놀라울 만큼 닮아있습니다. 미술관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미술관 본연의 핵심 사명을 지키면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지를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대구미술관과 독일 카를스루에시립미술관이 국제 협력 체계 구축의 첫 발을 내디뎠다.
스테파니 파트루노(Stefanie Patruno) 카를스루에시립미술관장은 15일 대구미술관을 찾아, 특별강연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공공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양 기관은 향후 전시 및 프로그램 교류 등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약속했다.
파트루노 관장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취임할 당시를 떠올리며, 미술관 운영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건물의 문을 다시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왜 다시 미술관에 와야 하는가', '오늘날 미술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미술관을 찾지 않는다. 정보는 어디에나 있기에, 미술관에서는 의미 있는 경험과 대화,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파트루노 관장은 지난 5년 간 소장품을 소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도입하고 교육 등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왔다. 그는 "그러한 변화를 이끈 하나의 확신은, 미술관의 미래는 우리의 사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카를스루에시립미술관은 기존의 연대기 중심 전시를 과감히 탈피해, 미술사 사조 대신 정체성과 자연, 의례, 젠더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재구성했다.
파트루노 관장은 "이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 지를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했다"며 "작품은 그대로지만 관람객이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6개월마다 소장품 전시를 새롭게 구성하는 '업데이트' 프로젝트나 동시대 작가들이 소장품 전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 스페이스'를 마련해 계속해서 움직이는 미술관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술관이 고심하는 '관람객 수'에 관해서도 철학을 드러냈다. 미술관 운영의 성과를 단순히 방문객 숫자로 평가해서는 안되며,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기보다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어하는 미술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하면 전문 지식과 조용히 관람해야하는 분위기, 규칙 등을 먼저 떠올리죠. 그러한 편견과 인식에 도전하고자 전시에 음악과 음료, 자유로운 대화를 결합한 행사 '아트 투 나이트(Art to Night)'를 만들었어요. 한 번에 4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많은 이들에게 이 행사는 미술관을 처음 방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다시 미술관을 찾게 되죠. 이렇게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미술관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파트루노 관장은 미술관이 전시뿐 아니라 연구와 보존 과정까지 시민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카를스루에시립미술관은 독일 신즉물주의 대표 작가 칼 후부흐의 아카이브를 일반에 공개하고, 보존과 디지털화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개방형 수장고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은 연구의 결과만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함께 나눠야한다"며 "연구자, 학생,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아카이브 현장을 공개함으로써, 보관의 공간을 넘어 새로운 지식이 발견되는 공간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 방문을 통해 두 미술관의 파트너십이 시작된다는 것이 무척 기쁩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협력은 단순히 전시를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경험, 관점을 나누는 일이니까요. 이번 만남이 대구와 카를스루에가 함께 미래의 미술관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