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이희대] 의성군민이 민선 9기를 기대하는 이유

입력 2026-07-20 16:56:49 수정 2026-07-20 17: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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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2부 이희대 기자
사회2부 이희대 기자

미국의 전설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가장 효과적인 리더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다"고 말했다. 리더십의 본질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가장 먼저 움직이는 자세에 있다. 군수 한 사람의 첫 발걸음은 앞으로 4년의 군정을 가늠하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되기도 한다.

민선 9기 의성군정이 출범한 지 3주가 지났다. 시간으로는 짧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의 분위기는 적지 않다. 최유철 의성군수가 취임 직후 보여준 행보와 군정 방향을 보면 적어도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보다 "어떻게 하겠다"는 실천 의지가 먼저 읽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최 군수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의성노인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의 점심 배식 봉사에 나섰다. 군수의 첫 방문지는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군정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초고령 지역인 의성에서 노인복지관을 가장 먼저 찾았다는 것은 복지를 군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메시지로 충분했다.

취임사에서 제시한 7대 군정 방향 역시 의성의 미래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의성형 재생에너지 공유모델'이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사업은 개발사업자의 수익은 커졌지만 주민들은 개발에 따른 불편만 감수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최 군수는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을 상생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이익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재생에너지 모델을 만들겠다"는 최 군수의 약속도 같은 맥락이다. 개발과 보전이 충돌하는 시대에 일방적인 행정보다는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한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 던진 메시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의성군청 내부에서는 인사 운영과 승진 구조를 둘러싼 아쉬움이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열심히 일해도 인정받기 어렵다는 분위기는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최 군수가 취임 전부터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직자의 기준은 군민"이라고 거듭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행정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을 '민원인의 날'로 운영하며 군수실을 개방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군민이 별도의 절차 없이 군수를 만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듣는 행정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답을 찾을 때 생명력을 얻는다.

농업 정책도 기대를 모으는 분야다. 스마트농업 중심의 투자 확대와 농업 중심 조직 개편을 통해 전국 최고 수준의 농업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은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휴일마다 읍·면을 찾아 주민들과 직접 만나 현안을 살피는 모습도 눈에 띈다. 현장은 책상에서 보이지 않는 문제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이다. 군수가 발로 뛰는 만큼 행정도 현실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민선 9기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약속은 시간이 지나야 평가받고 성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그러나 적어도 출범 첫 3주 동안 보여준 모습만큼은 군민들에게 변화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좋은 리더는 거창한 구호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다. 의성 군민들이 민선 9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그 첫걸음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