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총석정'은 크지 않은 화첩그림이지만 김홍도의 금강산도 중에서 빠지지 않을 명작이다. 총석정은 북한 땅인 강원도 통천 바닷가에 늘어선 거대한 돌기둥들인 총석(叢石)과 동해를 감상하는 정자다. 화면의 오른쪽 언덕 꼭대기에 그려져 있다. 금강산의 바다 쪽 절경으로, 관동팔경의 제1경으로 꼽혀 겸재 정선부터 많은 화가들이 총석정도를 남겼다.
'한국회화소사'(1972년)의 저자인 독시재(讀時齋) 이동주(1917~1997) 선생은 김홍도 명작의 특징을 그의 고유한 필묘(筆描) 자체에서 느껴지는 품격과 아름다움인 선(線)의 맛, 붓을 대지 않은 여백 공간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주도면밀한 공간 경영, 화폭에 은은히 감도는 시적 정취, 자신의 주변에 주의를 기울여 그것이 그림 속에 녹아든 현실감각을 들었다. '총석정'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홍도는 주제에 호응하는 선을 창출해냈고 그 선미(線美)는 화가로서의 성숙도에 따라 진화했다. 초기의 신선도는 강약과 농담의 변화가 많은 옷자락이 크게는 중국풍이면서 자신만의 가락이 있었고, 30대부터 유명했던 풍속화는 수수하고 질박한 윤곽선 위주이다. 인물화가 김홍도가 산수화가로 도약한 계기는 정조대왕의 어명이었다.
금강산 탐승 열풍에도 직접 가볼 수 없었던 정조는 화원인 김응환과 김홍도를 보내 그림으로 샅샅이 담아오게 했다. 임금을 대신해 금강산과 관동의 명소를 유람하며 그림으로 보고하는 특별하고도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이다. 한양에서 출발해 50여 일에 걸친 대 역사(役事)였다. 명소 명소마다 스케치를 남겼으며 완성본은 긴 두루마리의 채색화였다. 정조는 금강산을 그림으로 유람했다. 이때의 스케치로 여겨지는 국중박의 '해동명산도첩'은 일필일획이 현장에 육박하고자 한 정성 어린 사실의 세밀한 묘사적 선이다.
'총석정'은 이로부터 7년 후 작품이다. 자연스러운 농담으로 전후의 공간감을 암시한 스스럼없는 바위, 녹색 담채의 물결, 파도가 바위에 부딪친 꼬불꼬불한 물거품, 해풍에 젖은 듯 휘날리는 늘씬한 소나무에 이르기까지 담백하면서도 무한한 깊이가 느껴지는 선의 향연이다.
타원형 머리도장은 '심취호산수(心醉好山水)'. 백자 달항아리의 어진 맛 같은 김홍도의 필선을 따라 총석의 절경에 심취해본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