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쪽 바다로 기울 무렵,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낸다. 바다는 붉은빛을 머금고, 굽이치는 해안선 너머로 섬과 갯벌, 포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이어진다. 잠시 차를 세운 여행객들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바쁜 일상에서 밀려났던 쉼의 감각이 이곳에서는 천천히 되살아난다. 수려한 경관을 갖춘 서해안, 그중 영광 일대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바다와 산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힐링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바다와 하늘이 붉게 물들며 황홀한 풍경
백수해안도로는 영광 관광의 첫 장면을 여는 대표 명소다. 백수해안도로는 영광 관광의 첫 장면을 여는 대표 명소다.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 마을까지 16.8㎞에 이르는 이 길은 서해안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해안을 따라 달리다 보면 칠산바다의 물결과 해안 절벽, 기암괴석, 광활한 갯벌이 차례로 펼쳐진다. 특히 해 질 녘이면 바다와 하늘이 붉게 물들며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차창 밖 풍경이 백수해안도로의 첫 번째 매력이라면, 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두 발로 걷는 여유는 또 다른 매력이다. 해안도로 아래에는 3.5㎞ 길이의 목재 데크 산책로인 '해안 노을길'이 조성돼 있다. 여행객들은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고, 갯벌과 해안 절경, 붉은 노을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백수해안도로의 가치는 각종 평가에서도 입증됐다. 2006년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고 2011년 국토해양부 제1회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국내 유일의 노을전시관을 비롯해 주변에는 펜션과 음식점 등 관광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 머물며 쉬어가는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영광의 바다는 칠산타워에서 다시 넓어진다. 향화도에 자리한 칠산타워에 오르면 칠산 앞바다와 주변 섬, 포구가 시야 가득 들어온다. 111m 전남 최고 높이 전망대라는 상징성도 크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바다와 사람, 어촌과 관광이 만나는 풍경에 있다. 타워 아래로는 바다의 생활이 이어지고, 전망대 위에서는 영광의 관광지도가 한눈에 펼쳐진다.
◆꽃길 열리는 산과 편안한 쉼터 해수욕장
산으로 발길을 돌리면 영광의 계절은 또 다른 색을 입는다. 불갑산이다. 불갑산은 영광군과 함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높이 516m의 산이다.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 침류왕 원년인 384년에 지었다는 사찰 불갑사가 있다. 본래 모악산의 일부였다가 백제에 처음 불교가 전래된 곳이라 불갑산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는 상사화 군락은 영광의 계절을 기다리게 만드는 대표 장면이다. 불갑산에서는 7~8월 노랑상사화와 분홍상사화가 먼저 피고, 9월에는 붉은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불갑사는 영광을 찾는 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산사와 숲길, 불갑저수지 수변 풍경이 어우러져 여행객에게 느린 걸음을 권한다. 영광의 매력은 이처럼 바다와 산, 종교문화와 생태자원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루 일정 안에서도 노을과 숲, 사찰과 포구, 먹거리와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법성포에서는 여행의 맛이 깊어진다. 바닷바람과 시간이 빚어낸 굴비는 영광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굴비정식 한 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영광의 역사와 생활, 바다의 기억을 맛보는 일이다. 숲쟁이꽃동산과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일대까지 함께 둘러보면 법성포 여행은 미식과 역사, 산책이 어우러진 코스로 완성된다.
여름 영광의 얼굴은 가마미해수욕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반달 모양의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해변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편안한 쉼터가 된다. 유난히 백사장이 넓은 이곳은 예부터 호남 3대 피서지의 하나로 병풍처럼 넓게 드리워진 솔숲 사이 낮잠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영광읍 서쪽 24km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본격적으로 개장된 것은 일제강점기 1925년이다. 100년의 역사를 가졌다. 길이 1km, 폭 200m의 백사장이 반달 모양으로 드리워져 있으며 200여 그루의 울창한 소나무숲이 길게 펼쳐져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심은 1~2m에 불과하고 물이 깨끗해서 호남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꼽힌다. 해수욕장의 앞쪽으로는 숱한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고, 그 바다 위로 한가로이 항해하는 어선들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다시 찾고 싶은 '체류형 관광도시'로
숙박에 먹거리, 체험까지 '머무는 관광' 트렌드에 맞춰 영광 관광의 중심축도 새롭게 움직이고 있다. 백수해안도로 일대가 '영광 백수 해안 노을'관광지로 지정되면서 한번 스쳐 가는 드라이브 코스를 넘어 머무르고 체험하는 서해안 대표 관광도시로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영광군은 서해 낙조의 절경에 숙박, 먹거리, 휴식, 체험을 결합해 체류형 관광지로 한 단계 더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는 여행은 감동이 없다. 해 질 녘 백수해안도로에서 한 번 멈추
고, 해안 노을길에서 바다 곁을 걷고, 불갑산 꽃길에서 다시 계절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법성포 밥상 앞에서 오래 머물고, 칠산바다의 전망 앞에서 다시 길을 늦추는 여행이야말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진짜다. 이제 영광은 '잠시 들르는 곳'을 넘어 '다시 찾고 싶은 체류형 관광도 시'로 깊어지고 있다.
광주일보=이용삼 기자 2yong3@kwangju.co.kr 사진 영광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