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에 감사하며(Merci Pour la Joie)'
이왈종 화백 딸…동양화 석·박사 전공
7월 30일까지 황금동 진아트스페이스
꿈 속에서 이상향을 만난다면 이런 풍경이 아닐까. 따스하고 몽환적인 색감으로 그려낸 작품 속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별은 빛나며 꽃과 잎, 과실이 무성하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와 그 아래서 춤 추는 연인들의 모습까지, 행복의 감정을 일깨우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신생 갤러리인 진아트스페이스(대구 수성구 청호로67길 76-5 3층)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기쁨에 감사하며(Merci Pour la Joie)'는 이오성 작가의 대구 첫 개인전이다. 제주의 자연과 삶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담아온 이왈종 작가의 딸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금호미술관, 쉐마미술관 등에서 20여 차례 개인전을 열어오며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2000년대 초반 인물들이 등장하는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거리 풍경이나 드로잉 연작을 발표해왔다. 뭔가를 찾고 싶어 헤매던 시기, 그의 삶에 신앙이 스며들었다. 박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성경 속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내용이나 일상의 풍경을 담아냈다. 2016년부터는 장지에 수채·분채를 쓰던 작업을 캔버스에 아크릴로 바꾸고 '아워 송스(Our Songs)' 연작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0년 간 이어온 이 연작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말씀을 묵상하며 받은 감동을 일상의 풍경과 연결해 화면에 녹아낸다.
대표작 '애즈 더 스타스 인 더 헤븐(As the Stars in the Heaven)'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케하겠다고 약속한 장면에서 출발했다. 또한 작품에는 평화와 하나님의 백성을 상징하는 올리브나무,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독수리 등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색색의 12개 창문은 이스라엘 12지파를, 붉은 문틀은 성경에 나오는 피를 바른 문설주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빠지지 않고 그의 작품을 채우는 것은 바로 물이다. 동양화 전공 박사 논문 주제가 '물의 상징적 의미 연구-기독교에서의 생명수를 중심으로' 였을 정도로 물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이어왔다. 그는 "하나님의 영이라고 표현한 생명수가 결국 우리가 가야할 곳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에, 작업의 중요한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작업실이 있는 양평을 자주 오가며 실제 강과 물의 풍경을 관찰한다. "예전에는 상상 속의 물이었다면 지금은 실제 강을 보며 작업합니다. 물은 날마다 모습이 달라요. 그 변화를 느끼면서 그림에 담고 있습니다."
또한 눈길을 붙잡는 것은 작가의 독특한 작업 기법이다. 캔버스 위에 드로잉을 한 뒤 모델링 페이스트를 얹는다. 요철이 있는 도구로 긁어내며 드로잉한 뒤, 담채처럼 묽은 아크릴 물감을 여러 차례 쌓아올린다. 옅은 채색으로 농담의 깊이를 더해 표현이 은은하고도 부드럽다.
근작은 비구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보다 자유로운 화면 구성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인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면 최근에는 형태를 최소한으로 남긴다. 손이나 발이 완전하지 않아도 화면의 흐름이 살아 있다면 그대로 두고, 나무와 풀 역시 형태보다 느낌에 집중하는 것.
그는 "2019년 전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드로잉적인 작업으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2023년 이후부터는 그 방향이 더욱 뚜렷해졌고, 지금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신앙에서 출발했지만, 특정 종교 안에만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삶 속에서 발견한 감사와 평화, 사랑을 화면에 담아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전하고자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반적인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이기에, 작품의 배경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굳이 신앙적인 의미를 모두 알지 않아도 괜찮다"며 "관람객들이 따뜻함과 사랑, 평화로움을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로 작품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