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대표 1억원 배상 판결…고의적 불법행위 인정
해외 계열사 동원한 의결권 박탈에 민사책임 첫 부과
법원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한 고려아연의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했다. 경영진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향후 기업지배구조 논쟁에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판사 장지혜)는 영풍이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영풍에 손해배상금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결정은 의결권 제한의 효력만을 다투던 기존 가처분 단계를 넘어, 불법행위 자체의 위법성과 경영진의 고의적 배상 책임을 명시한 첫 본안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묶기 위해 활용한 해외 계열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법적 지위를 문제 삼았다.
고려아연은 호주 법인인 SMC에 영풍 주식을 넘겨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뒤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영풍의 표결을 막았다. 상법상 회사 지분 10%를 초과 보유한 자회사가 가진 모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법원은 SMC가 주식 양도와 주주 수 등이 제한된 폐쇄적 구조를 지녀 우리 상법상 자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회사 요건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영풍의 의결권을 박탈한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이라는 취지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사태를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고의적인 주주권 침해로 규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방어 방편으로 SMC를 통한 상호주 취득을 검토했으며 박 대표 역시 이를 진술했다.
이는 최윤범 이사 측이 주장해 온 '적대적 M&A에 대한 정당한 방어행위'라는 명분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전 과정에 직접 관여했고, 주주권 침해 가능성을 용인한 채 의결권 제한을 강행했다며 고의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이러한 부당한 의결권 박탈이 주주총회 결과에 결정적인 왜곡을 가져왔다고 짚었다. 영풍의 의결권이 정상적으로 행사됐다면 당시 상정된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최대주주인 영풍은 주주권 행사라는 본질적 권리를 뺏겼을 뿐 아니라 경영권 행사라는 실질적 목적도 차단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경영권 방어를 명분으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행위가 허용될 수 없음을 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