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어 우즈베키스탄 국가 프로젝트 수행…의료인력·운영체계까지 구축
최외출 총장 새마을국제개발 철학 기반…대학-의료원 협력 글로벌 보건 플랫폼 구축
"병원을 짓는 것은 건설회사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이 스스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을 키우는 일은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기관만이 할 수 있습니다."
김용대 영남대학교의료원장의 말처럼 영남대의료원이 세계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은 '병원 건설'에 머물지 않는다. 병원 운영 시스템과 의료인력 양성, 보건의료 정책까지 함께 설계하는 '국제보건'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며 K-헬스케어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0년 라오스를 시작으로 우간다, 아제르바이잔, 피지 등에서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이어온 영남대의료원은 최근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국가 전략사업인 타슈켄트 파마파크(TPP) 임상시험병원 구축 컨설팅을 맡으며 국제보건 분야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병원'보다 '사람'이 먼저…지속가능한 의료 서비스
영남대의료원이 국제보건에 뛰어든 것은 단순한 해외 의료봉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김 의료원장은 2010년 처음 라오스를 찾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현지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병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을 운영할 사람과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며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쌓아온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 국제보건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의료원의 사업 방향을 바꿨다. 의료시설을 지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인력을 교육하고 병원 운영체계를 구축해 현지 스스로 의료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후 의료원은 2021년 국제보건의료협력실을 정규 조직으로 신설했고, 현재는 국제보건의료협력처로 확대 개편해 국제보건을 의료원의 핵심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황태윤 국제보건의료협력처장은 "ODA 사업이라고 하면 병원을 건설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의료계획 수립과 병원 운영, 의료진 교육"이라며 "병원이 완공된 이후에도 운영을 지원하고 의료인력을 양성해야 비로소 사업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오스 공안부 현대식병원 건립사업도 2028년 병원이 완공된 뒤 2년간 운영 지원이 예정돼 있다. 영남대의료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 교육 프로그램까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라오스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신뢰가 또 다른 사업을 만들다
영남대의료원의 국제보건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추진하는 타슈켄트 파마파크(TPP) 임상시험병원 건립사업의 컨설팅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약 9억5천만 달러가 아닌 950만 달러 규모의 컨설팅 사업을 맡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250병상 규모 임상시험병원과 연구개발 기반을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단순한 병원 건립이 아니라 임상시험센터 운영체계, 표준운영지침(SOP), 병원 운영계획까지 함께 설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김 의료원장은 "라오스 사업이 없었다면 우즈베키스탄 사업도 없었을 것"이라며 "국제보건은 결국 신뢰의 축적이다. 하나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다음 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처장도 "라오스 사업에서 쌓은 경험이 우즈베키스탄 사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며 "현재도 후속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병원 건립 컨설팅과 국제보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남대학교의 국제개발 철학이 의료와 만나다
영남대의료원의 국제보건은 의료원만의 성과가 아니다. 영남대학교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국제개발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최외출 영남대 총장은 새마을국제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이 받은 도움을 이제는 세계와 나눠야 한다"는 철학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이러한 대학의 국제개발협력 역량은 의료원의 국제보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 의료원장은 "총장님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국제보건의료협력실을 협력처로 확대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학이 구축한 국제 네트워크와 의료원의 현장 경험이 결합되면서 지금의 경쟁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남대학교는 새마을국제개발을 기반으로 세계 각국과 교육·연구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외국인 학생 유치 역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의료원은 국제보건을 통해 해외 정부와 의료기관을 연결하고,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황 처장은 "대학과 의료원이 각각 잘하는 분야를 결합하면서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지역 대학과 대학병원도 충분히 국제보건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대의료원은 앞으로 병원 건립을 넘어 의료인력 장기 교육, 공동연구,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헬스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의료원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병원을 하나 더 짓는 것이 아니라 협력국이 스스로 의료체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지역에서 축적한 의료 역량으로 세계와 협력하고, 세계의 경험을 다시 지역으로 연결하는 국제보건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