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만명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유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6-07-12 19: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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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올해도 역시나 노사 양측이 법정 심의 기한을 넘겨가며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 가고 있다. 당초 노동계는 최소 생계비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1만2천원이라는 파격적 수치를 제시했고 사측에서는 소상공인의 높은 부담을 고려해 현행 수준인 1만320원 동결을 요구했다. 양측 수정안 간격이 690원까지 좁혀지며 막판 타협점을 찾는 듯 보인다. 다들 단순히 산술적 중간값 찾기만 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이면에는 해결되지 못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우선 올해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됐다. 누군가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차별'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시장 작동 원리를 오해한 시각이다. 실제 서울 한복판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손님이 뜸한 시골 골목길의 영세 편의점은 사용자의 지불 능력도 다르고 노동자의 생산 능력도 다르다. 뚜렷한 생산성 격차와 각자 처한 사정, 경제 구조를 무시한 채 단 하나의 숫자로 모든 지역과 업종을 규율하려는 것은 마치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든 환자에게 같은 용량의 약을 처방해주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는 한계에 내몰리고 보호 받아야 할 저숙련 노동자는 오히려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소일거리 삼아 저녁에 편의점을 지키고 싶은 어르신, 사회 경험이 전혀 없어 독서실 총무라도 하고 싶은 취업 준비생을 생각해 보자. 이들에게 필요한 건 '높은 시급'이 아니라 '일할 기회'다.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이 이들의 생산성보다 높으면 업주는 이들을 쓰지 않는 게 낫다.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제도가 정작 가장 약한 사람의 입구를 막아버린 셈이 됐다.

최근 주요 대기업이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는 것과 달리 골목상권의 실물 경제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2026년 자영업자 경영환경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국 자영업자 중 34%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리는 중이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고용 인원을 줄이거나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시간을 쪼개고 있다. 업주가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않는 주 15시간 미만으로만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향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쪼개기 근로자'라는 초단시간 근로 시대가 열렸다. 초단시간 근로자 규모는 최근 174.2만 명까지 늘어나 전체 취업자의 6.1%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국가데이터처 역대 통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선의는 그들의 일자리를 잘게 파편화했고 질을 낮췄으며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었다.

곧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막바지 심의가 재개된다. 특정 지역의 경제 수준과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청년을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고 키오스크 업자의 배만 불려주었던 문재인 정부 시기의 뼈아픈 과오를 우리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현장의 실물경제 붕괴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 최저임금위원회의 현명한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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