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누비는 여성 경찰관들…"늘 현장에 투입될 준비해"
"여경 이미지 단편적으로만 소비돼 안타까움도"
범인을 제압하는 일만으로 경찰의 업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교제폭력과 가정폭력, 성폭력 신고가 이어지는 현장에서는 피해자의 닫힌 마음을 열고 첫 진술을 이끌어내는 일이 사건 해결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일선에서 만난 여성 경찰관들은 '여경'보다 '경찰관'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감이라는 것이다.
◆범죄 앞에 물러서지 않는 모습 증명
대구 남부경찰서 형사과 최보은 형사(경장)는 살인과 강도, 마약, 절도, 폭행, 변사 등 강력·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외근 형사다. 간호사 출신인 그는 법의간호학을 전공한 뒤 의료사고수사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최 형사는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사용 기록이 전혀 없던 절도 피의자를 CCTV만으로 엿새 동안 추적해 검거했고, 적은 단서를 바탕으로 타 지역에서 마약사범을 붙잡는 등 끈질긴 수사력으로 성과를 쌓아왔다.
그는 "피의자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들고 있으면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긴장하고 두려움을 느낀다"며 "다행히 형사가 피의자와 혼자 대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언제나 동료들과 함께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중요한 것은 언제든 현장에 투입될 준비가 돼 있는지다"라고 했다.
여성 경찰관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에 대해 최 형사는 "경찰 조직에는 외근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 분야가 있고, 적성과 역량에 따라 배치된다"며 "여성 경찰이 많아져 치안 공백이 생긴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출산·육아휴직 시기에 인력 운영을 어떻게 할지가 조직 차원의 과제"라고 말했다.
후배 여성 경찰관들에게는 "범죄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편견을 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장에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피해자와 신뢰 쌓는 과정 중요해
대구 성서경찰서 신당지구대 마은혜 순경은 112 신고 출동과 범죄 예방 순찰, 민원인 응대 등 치안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평소 헬스와 주짓수를 통해 꾸준히 체력을 관리한다. 운동을 시작한 뒤 체력이 붙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신감도 함께 생겼다고 했다.
마 순경의 강점은 관계성 범죄 현장에서 드러난다. 가정폭력과 교제폭력, 성폭력, 스토킹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신뢰를 쌓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교제폭력 피해자 한 분은 처음에는 이름조차 말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닫고 있었다"며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자 결국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고 안전하게 분리 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흉기를 들고 자살을 시도하려던 여성을 설득해 위기 상황을 넘기기도 했다. 그는 "극심한 불안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피해자나 여성 주취자를 상대할 때 여성 경찰관이 먼저 다가가 현장을 안정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반복되는 '여경 조롱 밈'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는 책임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여성 경찰관이 많다"며 "단편적인 장면만 소비되면서 전체가 평가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순찰팀에 여성 경찰관이 한 명도 없는 곳이 많다. 치안 수요가 많은 지구대와 파출소에는 효율적인 현장 대응을 위해 순찰팀마다 최소 1명의 여성 경찰관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