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의 행복살롱] (10)행복은 권리이자 의무

입력 2026-08-27 08: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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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행복해진다는 건 타인과 사회에 대한 의무"
김대봉 법무사 "행복에 이르는 문, 책 속에 있다"

알랭(필명, 본명은 에밀 샤르티)은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비평가다.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도 활동했다. 저서 「알랭의 행복론」(원제 '행복에 관한 프로포')은 1903년부터 수십년간 신문에 기고한 철학 에세이 중 행복에 관한 글들만 추려 모은 것이다. '세계 3대 행복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책에서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또 행복은 권리이자 의무라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당시 행복에 대한 인식을 뒤흔들어 놓았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건을 극복해야 하고 많은 적들과 싸워야만 한다. 그 싸움에서 질 수도 있다. 극복할 수 없는 사건이나 불행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싸워보지 않았다면 패했다고 말하지 마라. 스스로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자기의 행복을 원해야 하고 또 그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인간은 행복해져야 할 권리 뿐 아니라 '의무'도 있다= 행복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외부가 아닌 자기 안에 행복이 있음을 알고 노력을 통해 이를 성취해야 한다. 또 개인의 행복은 비단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는 개인의 행복이 나에게서 너에게로, 결국은 사회로까지 전염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행복해진다는 것은 타인과 사회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남의 행복'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예의, 관용, 배려, 친절 등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 미덕들을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내 존재가 친구(타인)에게 진실한 기쁨을 가져다주면 그의 기쁨을 바라보는 나 또한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내어줬던 기쁨을 각자 돌려받게 된다. 그래서 나와 친구 둘 다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행복해졌군'.

▷행복해지기 위해 적극적인 의지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의 동요, 불안, 스트레스, 정념의 과도한 폭발, 상상력의 남용 등이 그 원인일 때가 많다. 이럴 땐 생각을 멈추고 의지를 갖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을 당장 실행해보라. 체조, 음악, 몸과 마음의 균형,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신중함, 폭넓은 시야, 낙관주의적 태도, 참을성, 우유부단함의 근절 등이 그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움직여라. 거창한 목표보다는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라= 불안과 강박관념은 해결책이 같다.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 무엇이 어찌 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배를 타고 가다 폭풍우를 만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바다가 미쳐 날뛴다. 이건 분명 지옥의 굉음이야. 위험해, 파도가 덮칠 거야!"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바다가 미치거나 성났기 때문이 아니라 배의 무게와 조류, 그리고 바람의 균형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니까 말이다. 또한 운명의 문제도 아니다. 배가 난파당해도 생존할 수 있고, 바다가 온화해도 익사할 수 있지 않은가. 핵심은 단 하나, 물 위로 얼굴을 내밀고 버틸 수 있는가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슬픔을 존중하지 마라= 죽음이 아닌 삶을 역설하고, 불안이 아닌 희망을 펼치며, 인류에게 더없이 소중한 보물인 기쁨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위대한 현자들이 남긴 지혜이며 내일을 위한 희망의 빛이다. 감정, 미움은 슬퍼해야 하는 것이다. 기쁨은 감정과 미움을 지울 수 있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슬픔은 숭고하지도, 아름답지도, 유용하지도 않다."

▷자기 인생에 전념하라= 사람이 견뎌야 하는 것은 현재 뿐이다. 과거도 미래도 무해하다.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도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운도 불행도 믿지 마라. 배로 비유하자면 모든 짐을 버리고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겨라. 우리의 과실은 우리보다 먼저 소멸하고, 이 순간이 지나면 다음 순간이 온다. 현재 살아 있는 것처럼 다음 순간에도 살면 된다. 그러니 현재에 전념하라. 시시각각 전진하는 자기 인생에 전념하라.

김대봉 법무사는 올해 법무사 개업 33년 차다. 이현주 기자
김대봉 법무사는 올해 법무사 개업 33년 차다. 이현주 기자

〈김대봉 법무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대봉(66) 법무사는 34살 되던 해 이 일을 시작했다. 원래 꿈은 판사였다.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낙방했고, 법무사 공부를 한 달여 한 것이 합격으로 이어져 여기까지 왔다. 독서가 낙이고, 베트민턴과 스키를 즐긴다. 2013년부터 생활법률 정보 등을 전하는 개인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다. 목표는 80세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이다.

김대봉 법무사의 조부인 고(故) 김경성 선생은 독립운동가다. 오른쪽 액자는 조부가 받은 표창장과 훈장증(건국훈장 애족장), 국가유공자증이다. 이현주 기자
김대봉 법무사의 조부인 고(故) 김경성 선생은 독립운동가다. 오른쪽 액자는 조부가 받은 표창장과 훈장증(건국훈장 애족장), 국가유공자증이다. 이현주 기자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을 들려 달라.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태어났다. 학교에 가려면 10리 길을 산과 들을 지나야 하는 시골이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대구로 이사를 와 침산초등학교와 달성초등학교, 계성중학교, 영신고등학교를 나왔다. 성장기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이 있다. '남을 해코지 하지 말라'는 것과 '나이는 쉽게 들고 학문은 어렵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말씀들은 이후 내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대학은 집안 형편 때문에 23세에 남들 보다 조금 늦게 입학했다. 할아버지가 일제시대 독립운동(3년2개월 옥고)을 한 탓에 후손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정말 현실은 그러했다. 입시 시절의 장래 희망은 통계학이었다. 그런데 실제 진학은 법대로 했고 당연한 순서겠지만 사법시험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건강이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방위병 시절에 당한 복부 폭행이 위장병과 간 기능 저하로 이어졌다. 시험기간 내내 억지로 참고 버텼는데, 결정적으로 1994년 36회 사법시험 마지막 날, 시험 도중 거의 실신하다시피 통로에 쓰러졌다. 이빨이 빠진 것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에서 과락을 했다. 과락만 면했어도 충분히 합격할 성적이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당시 같은 스터디 그룹에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 등 총 8명이 속해 있었는데 나만 떨어졌다. 이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고난이었다.

그러다 한 후배가 법무사 시험을 함께 공부하자고 권하는 바람에 후배들 도와줄 겸 한 달 공부했더니 시험에 붙어버렸다. 이렇게 법무사의 길로 들어서 지금까지 이것으로 밥벌이하며 살고 있다. 이후 개인적으로, 일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너무나 힘든 일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지금까지의 여정이 앞으로 살아갈 지혜를 주는 준비 과정이었다 생각하며 묵묵히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김대봉 법무사가 자신이 쓴 저서 「형사소송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김대봉 법무사가 자신이 쓴 저서 「형사소송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살아보니 무엇이 행복인 것 같나.

▶솔직히 인생의 행복을 제대로 느끼며 살아왔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더 이상의 바람은 없다. 지금처럼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누구처럼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은 욕망도 없다. 부자가 되는 것도 희망하지 않는다. 그런 꿈은 아예 가져본 적이 없다. 아버지의 영향인지는 몰라는 지금도 엄청 많이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것이 내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석유 냄새를 맡으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한 점의 고기보다 맛이 좋고, 한 잔의 술보다 더 맛있다.

인생 목표는 '팔십'이 될 때까지 현재의 일과 취미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의 법무사 사무실을 80세까지, 10년 넘게 일주일에 서너 번 치는 배드민턴 운동을 80세까지, 겨울이면 타는 스키를 80세까지 하고 싶다. 그리고 내 서재의 책을 모두 탐독할 것이다. 아직도 구입하는 책보다 읽는 책의 속도가 더 느리다. 내 인생 최고의 보고를 꼽는다면 지금까지 읽은 300여권에 대해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평을 기록한 일명 '독후감' 목록인데, 이는 천금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다. 선사시대부터 최근의 역사를 망라할 뿐더러 국가도 중국, 티벳, 유럽, 미국, 일본 등 전세계의 역사를 아우른다.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출간한 「시장과 자유」 「형사소송법」 등 2권의 저서에 더해 민사소송법과 영문법 책을 완성하는 것이다.

김대봉 법무사는 일주일에 서너 번 베드민턴장을 찾는다. 이현주 기자
김대봉 법무사는 일주일에 서너 번 베드민턴장을 찾는다. 이현주 기자

-자녀 또는 인생 후배들에게 행복과 관련해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통하는 성공의 열쇠, 그리고 행복에 다다르는 문은 없다. 다만 여기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대학생인 두 아들들에게도 늘상 강조하는 말이다. 아무리 첨단 AI시대라 해도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확신한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 인생은 길다. 내 경우는 인생을 너무 급하게 살았던 것 같다. 급하면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살면서 지나치게 용기가 많은 적도 있었고, 반대로 지나치게 겁을 먹은 적도 있었다. 이것은 모두 준비 부족 때문이었다. 용기가 많을 때는 준비가 없었고, 준비가 됐을 때는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인생에는 '반드시, 항상, 꼭, 100%' 라는 건 없으니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험에는 1등, 2등이 있어도 인생에는 등수가 없다. 자기 자신부터 먼저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또 젊은층 입장에서 보면 현재 우리 사회는 모순적인 요소가 많겠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근본 가치를 잃지 않고 중심을 잡고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 증진을 위해 사회구조적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것은.

▶어느 한 집단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 다원적인 사회제도가 필요하다.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 개인의 실패, 사회의 실패, 국가의 실패 등 모든 실패는 닫힌 구조 속에서 탄생한다. 공정한 경쟁, 자유로운 환경, 개방적인 다원주의, 열린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그래야 젊은세대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