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800조·AI 550조 투자…정부, 초격차로 잠재성장률 반등 승부수

입력 2026-07-14 12: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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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불확실성 대응·공급망 자립 병행…3고 리스크 관리 총력
청년·중소기업 지원부터 금융·공공개혁까지…성장 온기 확산 추진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재경부 제공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재경부 제공

정부가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중동전쟁 이후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초격차 투자로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청년과 중소기업까지 성장의 과실을 확산하는 경제 체질 전환 전략에 가깝다. 위기 대응과 미래 투자,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3고 리스크 관리·공급망 자립…불확실성부터 낮춘다

정부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중동전쟁 이후 확대된 대외 불확실성을 꼽았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거시건전성 장관·기관장급 회의체를 신설해 거시경제와 금융·외환시장, 부동산을 아우르는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물가 안정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유류세 인하 연장 등을 검토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을 확대한다. 신선란과 고등어 등 주요 먹거리 공급을 늘리고, 수입 과일과 식품원료에는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하반기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정책금융도 확대한다. 경제안보 차원에서는 전략 품목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원유와 비철금속 등 전략 비축을 늘려 공급망과 에너지 자립 기반을 강화한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재경부 제공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재경부 제공

◆반도체·AI 초격차 투자…잠재성장률 반등 노린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생산성 제고다. 정부는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가 산업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질 경우 잠재성장률과 총요소생산성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는 800조원을 투입해 수도권과 서남권을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충청권은 156조원 규모의 패키징 거점으로, 경북 구미와 부산 등 영남권은 차세대 전력반도체·소재부품 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은 2030년까지 30개로, 반도체 아카데미는 6개로 늘려 인력 10만명을 양성한다.

AI 분야에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중심으로 550조원을 투자한다. 국가 AI컴퓨팅센터와 슈퍼컴퓨터 6호기를 구축하고 GPU를 확보해 국가 AI 프로젝트를 뒷받침한다. AI팩토리와 AI로봇, AI자동차 등 피지컬 AI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

정부는 투자 재원도 확대한다.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종합형 국부펀드 기능을 강화하고 국민성장펀드를 추가 조성해 대규모 전략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미국은 1990년대 후반 대규모 IT 투자 이후 총요소생산성이 크게 개선되며 잠재성장률이 반등했다"며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면 로봇과 자동차, 방산, 우주 등 다른 산업으로도 생산성 향상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설 재경부 혁신성장실장은 국부펀드 운영 방식과 관련해 "별도 기관을 신설하는 것보다 KIC가 축적한 20년간의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기존 외환보유액 운용계정과 전략투자계정을 엄격히 분리해 운영할 방침이다.

◆청년·중소기업 지원…구조개혁으로 성장 확산

정부는 성장의 혜택이 일부 산업에 머무르지 않도록 구조개혁도 함께 추진한다.

AI 확산에 따른 고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무별 영향을 분석하는 '한국형 AI 노출지수'(K-AIOE)를 개발하고, 전환 충격이 큰 지역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지원한다.

청년 지원은 일자리와 자산, 주거, 결혼·출산 등 네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전문인력 20만명 이상을 양성하고 민간과 공공에서 각각 10만개 이상, 모두 2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해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신혼부부 주거 지원도 확대한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2030년까지 조성되는 20만개 이상 일자리 가운데 절반가량은 민간의 취업 연계형 일자리가 될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도 사회연대경제와 복지 분야 등을 중심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기술탈취 제재를 강화한다. 위기 징후를 조기에 진단하는 경영관리 체계도 새로 마련한다.

금융과 부동산 구조개혁도 병행한다.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고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부동산과 금융의 연계 구조를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공공기관 기능 재편과 조세지출 정비, 퇴직연금 제도 개편 등 공공부문 혁신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에 머물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회복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성장의 기반을 넓혀 반도체와 AI 중심의 투자 효과가 지방과 청년, 중소기업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재경부 제공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 참석,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재경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