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급 격차가 가른 대학 문턱, 수시 실패 압박에 책상 빼는 수성·달서구 상위권들
사라진 공교육 사다리, 무한 경쟁 속 검정고시·정시 결탁한 입시 다이어트의 그늘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대구 지역 일선 고등학교 1학년 몇몇 교실은 힘든 심리적 갈등 상태에 빠져들었다. 과거 교육부가 대입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도입한 5등급제 개편안이 오히려 첫 시험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키우면서, 단 한 번의 내신 실수로도 의학계열이나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이 무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상위권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 9등급 체제에서는 상위 4%의 벽이 높더라도 남은 학기 동안 역전을 노릴 수 있는 구조적 여지가 있었으나, 상위 10%까지 통통하게 묶인 개편 5등급제 아래서는 첫 단추를 잘못 꿰어 2등급, 즉 상위 34% 영역으로 밀려나는 순간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수도권 상위 대학 진학은 통계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로 인해 교육 특구로 불리는 수성구와 달서구 일대 명문 고교를 중심으로 첫 중간고사 직후 학업을 중단하고 수능 정시로 직행하려는 이른바 전략적 탈교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수치로 나타나는 대구·경북의 학업 중단 통계는 공교육의 기능 상실을 적나라하게 방증한다. 지난해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자퇴를 선택한 1만8천661명의 학생 중 무려 56.0%에 달하는 1만450명이 고교 생활의 첫해인 1학년 시기에 학교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지역의 경우 고1 학업 중단자 수가 전년도 334명에서 지난해 305명으로 약 8.7% 소폭 감소세를 보이며 표면적으로는 안정화된 듯 보이나, 이는 학교를 나가는 행렬이 줄었다기보다는 교내에 잔류하며 끝까지 기회를 엿보는 수성구 중심 학군지의 이른바 내실형 버티기 현상이 가미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대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입시 인프라와 보완책이 부족한 경북 지역은 고1 학업 중단자가 451명에서 499명으로 10.6% 급증하는 등, 대구와 경북 간의 교육 양극화 속에서 학생들이 각자도생의 생존 공식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힘든 현실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실제 동성로와 반월당 주변 검정고시 학원에서 만난 학생들의 고충은 단순한 학업 기피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입시 이탈에 가까웠다. 대구 달서구 소재 모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최근 자퇴를 감행한 A양은 첫 번째 학업 성적표에서 목표했던 1등급 진입에 실패하자 일찌감치 검정고시 이후 수능 올인 체제로 노선을 전환했다. A양은 수시 전형에서 내신 2등급을 받는 순간 지역 의치한약수 등급이나 서울 상위 10개 대학의 서류 평가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압박감이 교실을 지배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무의미하게 수행평가와 내신 감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낭비할 시간을 차라리 하루 14시간씩 수능 기출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독학재수 형태로 쓰는 것이 대입 성공 확률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조기 이탈 경향은 단순한 개인의 탈선을 넘어 부모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정교한 입시 다이어트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어 깊은 우려를 낳는다. 수성구에 위치한 유명 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냈던 학부모 B씨는 주변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첫 내신에서 상위 10%의 벽을 넘지 못하면 지체 없이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선에 달하는 대형 독학재수학원이나 시내 유명 단과 학원부터 확인하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졌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대구 수성구 지역에는 서울의 유명 프랜차이저 학원을 모기업으로 한 독학관리학원들이 우후죽순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B씨는 "이제 고등학교라는 공간이 전인적 교육과 유대감을 배우는 공동체가 아니라, 투자 대비 내신 등급이라는 가성비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 위약금을 물고 해지해 버리는 프리미엄 인터넷 강의 패스 상품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청소년기의 인격 형성을 담당해야 할 고1 교실이 단 한 번의 낙오도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전장으로 변질되면서, 경제적 상류층의 대입 우회 전략을 위한 검정고시 제도의 왜곡과 공교육의 급격한 공동화를 막을 정부 차원의 정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