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도, 술도 끊었다"…마운자로, 생활습관·소비문화 바꿨다

입력 2026-07-09 15: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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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섭취량 줄어드니 식비 절감…음주 욕구도 줄어
근손실 막으려 단백질 쉐이크 섭취…오젬픽 페이스에 피부과 찾기도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종로약국에서 약사가 위고비를 꺼내고 있다. 위고비는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식약처는 위고비가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2024.10.17 dwise@yna.co.kr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종로약국에서 약사가 위고비를 꺼내고 있다. 위고비는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식약처는 위고비가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2024.10.17 dwise@yna.co.kr

"퇴근하면 항상 치킨이나 야식을 시켰는데 지금은 생각도 안 납니다."

직장인 A(38)씨는 올해 초 체중이 98㎏까지 늘자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처방을 받았다. 4개월간 꾸준히 사용한 결과 체중은 18㎏ 줄었다. 체중 변화와 함께 A씨의 생활 습관도 완전히 달라졌다. 퇴근하면 습관처럼 켜던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삭제했고, 술자리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맞지 않던 옷은 대부분 정리하고 한 치수 작은 옷으로 옷장을 새로 채웠다.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생활습관과 소비문화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고 있다.

◆비만 치료제, 달라진 생활 습관

2024년 국내에 위고비가 출시된 데 이어 지난해 마운자로까지 본격 처방되면서 시장도 급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수입액은 2024년 1천699억원에서 2025년 1조709억원으로 1년 만에 6.3배 증가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도입된지 2년째에 접어들면서 원래 사용 목적인 체중 감량 외에도 식습관 개선과 음주 감소, 식비 절약 등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경험했다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식생활이다. 음식을 적게 먹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식재료 구매량과 외식, 배달 음식 소비도 줄어드는 것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월드패널 바이 뉴머레이터(Worldpanel by Numerator)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자가 있는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연간 식료품 구매액이 평균 418파운드(약 77만원) 적었다. 사용자의 75%는 초콜릿 소비를 줄였고, 72%는 감자칩 등 스낵류 섭취를 줄였다고 답했다.

대신 단백질 섭취에는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근손실이나 탈모를 우려해 단백질 쉐이크나 고단백 식품을 찾는 것이다. GS25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백질 음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증가하며 처음으로 바나나우유 매출을 넘어섰다.

비만 치료제 사용 이후 음주 횟수나 음주량이 줄었다는 사용자들도 많다. 실제로 GLP-1 계열 약물은 뇌의 보상 회로에 작용해 식욕뿐 아니라 음주 욕구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고 영업이익은 10% 넘게 쪼그라들었다. 특히 포만감이 큰 맥주 판매량은 같은 기간 12% 감소했다. 직장인 B씨는 "마운자로를 맞은 뒤 전 보다 술 생각이 많이 줄었다"며 "술을 마시면 안주를 거의 먹지 않아 예전보다 빨리 취하고 숙취도 심해서 음주량이 줄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비 패턴도 바꾼다

체형이 달라지면서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성공하면서 새 옷을 구입하거나 운동복을 장만하는 사람이 늘고, 반대로 급격한 체중 감소로 얼굴 볼륨이 줄어드는 이른바 '오젬픽 페이스(Ozempic Face)'를 개선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기도 한다. 실제 일부 피부과들은 SNS 등을 통해 '위고비·마운자로 후 꺼진 볼륨', '급격한 체중 감량 후 얼굴 처짐', '오젬픽 페이스 개선' 등을 내세워 필러와 리프팅 시술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다만 효과만 보고 쉽게 비만 치료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비만 치료제 관련 위해정보는 2024년 6건에서 2025년 116건으로 1년 만에 약 19배 증가했다. 복통 등 소화기계 이상 증상이 가장 많았고 오한·발열, 구토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원은 비만 치료제가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처방받고, 용법과 용량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복통이나 지속적인 구토, 발열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