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시장 흔드나…반시장 정책에 기업 '투자시계' 멈춘다

입력 2026-07-08 17: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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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입지 변경·규제 입법 잇따라…시장 "예측 가능성부터 회복해야"

정부가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정부가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치가 시장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입지 결정부터 기업 규제 입법까지 경제 정책이 정치 논리에 좌우된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이다. 기존 반도체 공급망과 용수·전력·인력 등 산업 기반을 고려해 육성되던 구미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의 정책 방향이 사실상 바뀌면서 산업계에서는 정치적 판단이 시장 원칙을 앞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투자는 수십 년을 내다보고 결정되는 만큼 정책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 지도가 뒤바뀌면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다시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톰 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사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 원인으로 삼성전자의 호남 투자 발표가 투자자의 예상을 벗어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에서 잇따라 추진되는 기업 규제 법안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년 연장, 집단소송제 확대, 의무공개매수제, 중복상장 제한, ESG 공시 확대 등 친노동·경영권 규제 강화 정책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산업계는 투자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기업들은 규제 자체보다도 어떤 제도가 언제 도입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정치 불안이 경제를 흔든 해외 사례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잦은 총리 교체와 정책 변화가 이어졌고, 투자 감소와 생산성 둔화가 장기화됐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인남 대구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023년 구미 반도체 소재장비 특화단지 지정 이후 대구경북 기업들은 특화단지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투자를 고민했지만 이번 호남 반도체 발표로 그 기대가 무너졌다"며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