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국세 연동 방식 손질 검토…국회도 산식·배분 개편 법안 잇따라 발의
학령인구 감소에도 AI 교육·노후시설 개선 수요 증가…교육계 "재정 축소는 시기상조"
개편 방향 합의해도 법 개정 불가피…국회 논의가 최종 분수령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드는데 교육 재정은 오히려 불어나는 역설적 구조를 두고 정부 부처 간 공방이 커지고 있다. 초·중·고 학령인구가 10년 새 100만명 넘게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은 오히려 30조원 넘게 늘면서 재정 당국이 54년 만의 제도 개편에 본격 착수했다.
8일 관가 안팎에 따르면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를 자동으로 떼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초·중등 교육재정의 핵심 재원이다. 교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교육환경 개선 등에 쓰인다. 1972년 도입 이후 세수가 늘어난 만큼 자동으로 규모가 커지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문제는 이 구조가 학령인구 변화와는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수는 2016년 596만명에서 올해 492만2천명으로 104만명(17.4%) 줄었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43조1천615억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4천381억원으로 33조2천766억원(76.7%) 늘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법인세 증가분까지 반영되면 올해 교부금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획처 "세수 자동배분, 국가재정 경직시켜"
기획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세와 경제 상황을 반영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는데 교부금은 크게 늘어났다"며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반영 없이 고정적 수치로 연계되는 경직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획처는 내국세 연동 방식을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연동 방식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가 늘어난 만큼 자동으로 배분하는 대신, 경제성장률과 물가, 학령인구 증감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총량을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박 장관은 교부금 개편이 초·중등 교육재정을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니라며,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을 매년 늘리겠다는 원칙도 함께 제시했다.
기획처가 이 문제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국가 전략산업 투자 재원 확보라는 목적도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등 대규모 재정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내국세가 10조원 늘어나면 교육교부금도 약 2조790억원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제약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제기구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6년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초·중·고교에 대한 재정 지원 방식을 재검토하고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 재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초·중·고 학생 1인당 정부 지출은 2만1천476달러로 OECD 38개 회원국 중 2위였다. 반면 고등교육은 6천617달러로 36위에 그쳤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포함한 지방이전재원이 지난해 139조7천억원에서 2029년 172조4천억원으로 증가해 정부 재량지출 여력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부 "학생 수 감소가 교육재정 수요 감소는 아냐"
교육부는 개편 필요성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기존 교부율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학생 숫자가 줄었으니까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학교가 노후화돼 시설 보수 문제도 있고, AI 교육 등 교육 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학생 수 감소가 곧 교육비 감소를 뜻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학급 운영비, 시설 관리비는 학생 수와 무관하게 드는 고정비라는 것이다. 농산어촌은 학생 수가 줄어도 소규모 학교를 유지해야 하고, 신도시는 인구 이동에 맞춰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논리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문화학생이 늘면서 이중언어 교사가 필요해지는 등 과거에는 없던 이른바 '고수요 학생'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며 "한 학급에 50명씩 몰아넣던 과거와 달리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수준으로 유지해 과밀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공무직 처우 개선과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은 데다 1인 1태블릿 보급 등 디지털 교육 수요까지 충족하려면 지금 예산으로도 빠듯하다"고 밝혔다.
재정 당국이 교육청의 이월금과 기금 적립을 재정 여력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월금 대부분은 방학 중 학교시설 공사에 따른 것이고, 불용액은 낙찰차액 등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금액"이라며 "재정안정화기금 역시 세수 변동에 대응하려는 장치일 뿐 여유 재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생 수에만 연동해 재정을 조정하면 기본적인 학교 운영비조차 부족해질 수 있다"며 "법정 교부율을 산식으로 바꾸면 인상 기준을 두고 매년 협상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당선인들도 지난달 15일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 논리에 입각한 일방적인 교부금 구조 개편의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며 "이는 단순한 재정 산식 조정을 넘어,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공교육을 지탱해 온 제도적 약속을 일방적으로 허무는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국회에도 개정안 3건 잇따라 발의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사이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닷새 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3건이 잇따라 발의됐다.
세 법안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안은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학령인구 증감률을 반영한 새로운 산식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년도 교부금의 95% 이상은 보장하도록 하한선도 뒀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안은 법률에 명시된 20.79%의 교부율을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교육청의 재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안은 교부금 총량 산식은 유지하되 교육청의 재정운용 노력과 성과를 교부금 배분에 반영하도록 했다.
세 법안 모두 정부 합의와는 별개로 최종 입법 과정에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교육교부금 개편이 정부 부처 간 합의를 이루더라도 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달 중순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교육교부금 개편을 핵심 의제로 다룰 방침이다. 교육교부금 개편은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교부금 총량 조정 여부와 교육재정 안정성, 시·도교육청 자율성, 고등교육·평생교육 재원 확충 방안 등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기획처와 교육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주제로 첫 공개 토론회를 연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재정·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토론회는 KTV와 각 부처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