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안동에 27홀 규모 골프장·산림휴양복합관광단지 조성 발표
류진 회장의 '고향 투자' 현실화, 기업 사회적 책임·지역의 상생
산불 상처 딛고 새 성장축, 지역경제·일자리 창출 '마중물' 될까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이 관광·레저산업 진출의 첫 무대로 류진 회장의 고향인 안동을 선택했다.
방산과 신동(伸銅)사업 중심의 제조기업으로 성장해 온 풍산그룹이 세계적 수준의 골프장을 중심으로 한 산림휴양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안동이 새로운 관광산업의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민간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지역 회복의 상징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풍산그룹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TF) 및 한경협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안동에 27홀 규모 골프장을 비롯한 산림휴양복합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골프장과 휴양시설, 산림치유 공간 등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류진 회장은 "풍산은 제조 기업이지만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관심이 많다"며 "경북 안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류진 회장의 '고향 투자' 현실화, 기업과 지역의 상생 모델
무엇보다 이번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안동이 류진 회장의 고향으로 지난해 대규모 산불로 인해 지역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기 때문.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풍산의 고향 투자에 대한 기대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계획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역 상생, 그리고 서비스산업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과 지방 투자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풍산그룹이 관광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지역 관광과 산림휴양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류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시기에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열어가려면 서비스산업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종사자 수가 1천400만명, 전체 일자리의 70%를 넘는 만큼 수출과 일자리, 미래 성장을 이끄는 주력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풍산그룹은 지난해 대형 산불로 재난지역이 된 안동 일대를 산림휴양복합관광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안동시와 협의 중이다. 사업은 기초 검토 단계로 안동시와 관광단지 지구 지정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세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업부지는 지난해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안동시 남후면 산불 피해지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동시는 경북도에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산림투자선도지구로 산불 피해지를 선정해 줄것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선도지구를 통해 이미 불탄 산림을 골프장으로 조성해 가꾸겠다는 전략으로 일반 골프장 인허가보다 쉽게 허가득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 따르면 안동에 들어설 골프장 규모는 8천야드(약 7.32km) 규모로 추진되고, 정규 18홀과 숏게임을 즐길 수 있는 9홀 등 모두 27홀로 구성될 예정이다.
국내 통상적인 18홀 골프장 전장이 6천~7천야드 정도의 규모로 8천야드로 조성될 경우 세계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드는 초대형 규모다. 모든 코스는 퍼블릭으로 운영되며 야간 라운딩이 가능하도록 전 홀에 조명 설비를 갖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에는 풍산그룹 창업주 일가의 고향인 안동 지역 경제를 살리고 산불 피해를 복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풍산그룹의 모태는 안동시 풍산읍이다. 창업주 집안은 서애 류성룡의 후손으로 안동 하회마을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체류형 관광지 안동 전환에 결정적 계기
안동은 이미 세계유산과 전통문화라는 탄탄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봉정사, 병산서원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비롯해 월영교와 낙동강 수변 관광, 국제탈춤페스티벌 등 전국적인 관광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 대부분이 당일 일정으로 지역을 떠나는 '스쳐가는 관광'이 많다는 점은 오랫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돼 왔다.
지역 관광업계는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프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숙박과 식음료, 쇼핑 소비가 많아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골프 관광과 문화관광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안동 역시 새로운 관광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골프장과 복합관광단지가 조성되면 건설 단계에서는 지역 건설업과 자재업체 참여가 확대되고 운영 단계에서는 코스 관리와 시설 운영, 숙박, 외식,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안동시가 추진 중인 바이오산업과 문화관광, 농식품 산업에 관광 소비가 더해질 경우 산업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또 올해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의 산림을 복원하고 관광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산림 복원과 관광을 결합한 친환경 프로젝트로 추진된다면 지역 회복의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안동지역 경제계도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관광산업은 안동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며 "풍산그룹의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제조업과 문화관광이 공존하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결국 이번 투자의 성패는 골프장 건설 자체가 아니라 지역과 얼마나 함께 성장하는 사업으로 완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류진 회장의 '고향 투자'가 안동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